두산·KT 관계자 확진으로 1군 경기 첫 취소…KBO 붙이는 체온계 도입 등 방역 고삐
#두산 전력분석원, KT 1군 코치 코로나19 확진
가장 먼저 전해진 건 두산 프런트 내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6월 28일 "1군 전력분석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구단에 알려왔다. 이에 따라 두산 감독과 코치진, 1군 선수단 전원, 프런트 전원이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PCR 검사에 앞서 구단 지정 올림픽병원에서 코로나19 간이 항원 검사도 거쳤다"고 밝혔다. 항원 검사에서는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진단율이 떨어지는 검사라 방역당국은 PCR 검사 결과만 공식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직원은 확진 하루 전인 27일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야구장에 출근하지 않고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1군 선수단이나 프런트와 이동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는 보직이라 구단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잠실구장에서 두산 전력분석원들 바로 뒷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본 롯데 자이언츠 전력분석원들도 부산에서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두산 선수단은 29일로 예정된 원정 3연전을 준비하기 위해 28일 오후 3시 대전으로 출발해 원정 숙소에 짐을 풀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종 검사가 나올 때까지 이동을 미루고 자택에 대기해야 했다. 검사 결과뿐 아니라 확진자의 정확한 감염 경로와 동선, 밀접 접촉자를 분류하는 역학조사 결과까지 나와야 추후 방침을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곤욕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KT 위즈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선수단과 밀접하게 호흡하는 1군 투수코치가 같은 날(28일) 오후 구단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휴식일 오후를 즐기고 있던 KT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은 KBO가 급히 섭외한 병원으로 향해 늦은 밤까지 전원 PCR 검사를 받았다.
더 큰 문제는 KT가 27일까지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주말 원정 3연전을 치렀다는 거였다. KT 선수단과 그라운드를 공유한 한화 구단에도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할 수 있으니 선수단 전원은 자택에서 대기해달라"는 KBO 지침이 내려왔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즉각 검사를 받을 수도 없었던 한화 구단은 긴장 상태로 KT 선수단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야구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방역당국 역학조사 결과 밀접 접촉자에 선수가 포함되면, 코로나19 특별 엔트리를 적용해 대체 선수를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엔트리 등록 인원이 모자라 구단 운영이 불가능하거나 리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KBO는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심지어 투수코치는 감독, 동료 코치, 투수들과 경기 전, 경기 중, 경기 후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KT에서 밀접 접촉자가 무더기로 발생할 경우, 리그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졌다.
#추가 확진자 없고, 밀접 접촉자는 1인
불행 중 다행으로 1군 선수단과 프런트 내 추가 확진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KT는 29일 오전 "1군 선수단과 관련 프런트 등 총 65명의 PCR 검사 결과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1차 고비는 넘겼다. 다만 역학조사가 끝나야 밀접 접촉자 등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인원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대전에서 KT 선수단의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한화도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화 관계자는 "당초 선수단 전원이 29일 오전 중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KBO 권고에 따라 일단 병원행을 미루고 모두 자택에서 대기했다. 검사 결과 한화 선수단은 추가로 검사를 받지 않아도 좋다는 지침이 내려와 그대로 따르기로 하고 경기 준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역시 희소식을 받았다. 29일 오전 검사 대상자들에게 전달된 개별 통보 결과를 취합해 추가 확진자가 없음을 확인했다. 자택에서 대기하던 두산 선수단은 오후 6시 30분으로 예정된 대전 원정경기를 위해 부랴부랴 버스에 올랐다. 두산 관계자는 "전원 음성 판정을 받은 데다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른 밀접 접촉자도 구단 내에는 없었다. 오후 1시 30분 모두 대전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다만 KT 코치와 관련한 역학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KBO도 고민에 빠졌다. 1군 코치는 워낙 야구장 안팎에서 접촉해야 하는 인원이 많은 데다, KT가 원정지에서 숙소를 사용하던 상황이라 밀접 접촉자 파악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이날 오후 3시가 넘어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자 KBO는 결국 잠실 LG 트윈스-KT전과 대전 한화-두산전 취소를 확정했다.
KBO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리그 구성원과 팬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잠실 경기뿐 아니라 대전 경기도 두산이 아닌 KT와 관련된 이유로 취소됐다. KBO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KT 선수단이 27일 경기했던 장소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3루 쪽 더그아웃과 라커룸 방역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잠실과 마찬가지로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행히 리그를 중단해야 할 만한 큰 파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KT는 29일 늦은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 역학조사 결과 밀접 접촉자는 이날 현역 등록이 말소된 코치 한 명뿐"이라고 발표했다. KT는 이날 박승민 투수코치와 이승호 불펜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배우열 육성군 투수코치를 등록했다. KT는 또 "코치를 제외한 전원이 방역당국 허가에 따라 30일 경기를 위해 오후 6시 서울 숙소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KBO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코치가 라커룸과 경기장 내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감독이나 선수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양측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이 접촉했을 때는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1군에서 같이 말소된 코치는 투수 파트를 함께 맡아 계속 함께 움직이고 식사도 함께했기 때문에 밀접 접촉자 분류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수단 내 다른 인원과는 감염 위험이 있는 접촉이 따로 없음이 확인돼 밀접 접촉자 수가 최소화됐다"고 설명했다.
#고개 숙인 이강철 KT 감독
더는 파장이 확대되지 않고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KBO리그 전체에 경각심이 더 높아진 건 사실이다. 본의 아니게 6월 29일 경기를 치르지 못한 류지현 LG 감독은 '동업자'들의 고생을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한 번 방역 고삐를 조였다.
류 감독은 "경기 취소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심각성과 방역 지침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필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144경기와 포스트시즌을 무사히 치르고, 올해도 큰 고비 없이 순항하면서 모두가 안심하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더 그렇다. 류 감독은 "선수단뿐 아니라 많은 관계자와 팬들이 노력해주셔서 지난해와 올해 큰 사고 없이 경기를 치렀다.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이 세심히 살펴야 하는 문제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됐다.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류 감독은 또 "KT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구단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LG 선수단에 "상대 팀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해 달라. 선수단 내 방역 수칙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선두 경쟁 중에 날벼락을 맞은 이강철 KT 감독은 3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팀 내 확진자가 나와서 리그 운영에 차질을 빚게 돼 팬분들과 타 구단, KBO에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감독은 또 "피해가 최소화돼서 리그를 재개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방역 지침을 최대한 지키고 있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 팀 내 방역을 강화해서 더 집중해서 (여러 지침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에게도 몸과 마음 모두 편치 않은 이틀이었다. 이 감독 역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 생활을 했다. 그는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큰일인 줄은 알았지만, 정말 '큰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선수 건강은 물론이고 리그 운영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또 "밖에 못 나가고 집에만 있었지만, 쉰 게 쉰 것 같지 않다. 죄송하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거듭 사과하면서 "다행히 선수 중에서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나오지 않아 분위기는 침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도 다시 한번 방역의 중요성을 알게 됐을 거고, 앞으로 방역 지침을 더 지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KBO 역시 7월 1일 전 구장 방역 강화 지침을 발표했다. KBO는 "10개 구단 선수와 관계자에게 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를 배포해 전수 검사를 하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키트를 전달해 7월 19일 시작되는 올림픽 브레이크 전까지는 검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 7월로 예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KBO는 또 다음 달 10일 후반기 시작에 앞서 전 구단 선수와 관계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시즌 도중 확진자가 나오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확진자 수를 최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 더그아웃 마스크 착용 여부도 강력하게 감시하기로 했다. 일단 7월 1~18일을 1차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해 불시 점검을 하게 되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선수에게는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라 1차 적발 시 경고가 주어지고, 2차 적발 시 벌금이 부과된다.
KBO는 "후반기에도 지속해서 불시 점검을 할 계획이다. 1차 단속 기간에 경고를 받은 선수가 다시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선수단 외에 구장에 출입하는 협력직원 등 관계자들의 마스크 착용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커룸과 더그아웃뿐 아니라 관중석 방역도 강화한다. 각 구장 관중 입장 비율이 확대될 때마다 구장 내 보안 요원을 그만큼 더 많이 배치할 예정이다. 방역 수칙 위반을 감시하는 안전요원 순찰도 시간당 1~2회로 늘어난다. 또 7월 야구장에 오는 모든 관중에게 '붙이는 체온계'를 지급할 예정이다. KBO는 "체온을 실시간으로 셀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치다. 발열 증상이 생기면 안전 요원에게 바로 신고하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구단 스태프를 비롯한 주변 관계자들에게도 이 체온계를 나눠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