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GM·대우조선해양 매각 각종 논란 속 아직도 미완…산은 혁신기업 육성 초점 적절성 뒷말
2008년 산업은행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 주를 6조 3000억 원에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한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한화가 인수를 포기한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한동안 산업은행 관리체제를 이어가지만, 대규모 분식회계가 이뤄지고 다시 국책은행 등을 통해 사실상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돼야 했다.
2018년 초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넘기기로 한다. 그런데 그해 2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8일 만에 돌연 인수포기 의사를 통보해온다. 대우건설이 2017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3000억 원가량의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해외 곳곳의 대우건설 우발채무 규모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가격 재협상을 시도했고 결국 산은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거래가 깨졌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은이 팔 물건의 하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던 셈이다. 이후 산은은 KDB인베스트먼트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대우건설 지분을 넘겨 버린다. 이 회사는 산은이 지분 100%를 가진 사실상 한 몸이다.
2018년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한국 철수설이 불거진다. 한국GM의 10년간 존속을 위해 현 대주주인 GM과 옛 주인인 산은이 함께 4조 8000억 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한다. 산은 몫이 무려 8100억 원이다. GM은 10년간 국내에서 다양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산은의 선택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자칫 투자금만 떼일 수도 있다.
8100억 원으로 GM을 10년간 한국에 묶어둔 이동걸 회장은 같은 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완료 전제조건인 유럽연합(EU)과 일본의 반독점 승인이 여전히 거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거제시의 반대도 여전하다.
설령 거래가 완료되더라도 산은은 매각대금을 현금으로 손에 쥐지 못한다. 산은이 가진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 측에 현물출자하고 대신 통합법인의 주식을 받는 거래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등 통합법인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산은도 자금회수가 가능하다. 산은이 맡았던 구조조정 책임을 현대중공업에 위탁한 셈이다.
이동걸 회장 취임 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보다는 혁신기업 육성 등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구조조정은 산은의 본연 임무 가운데 일부일 뿐이라는 논리다. 외환위기 이후 산은을 통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됐고, 그중 상당부분이 제대로 회수되지 못하거나 손실 처리됐다.
고용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산은은 국민이 낸 혈세로 부실기업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제대로 회생시키거나 제 주인을 찾아 주지도 못한 채 손을 떼어버렸다. 산업은행법에 명시된 임무인 기업 구조조정 임무가 대부분 미완인 셈이다. 혁신산업 육성은 산은 외에 기업은행과 다른 일반 시중은행들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