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마련·늦은 전기차 출시 역부족 평가…공장부지 장부가액 급등 “지자체 혜택” 뒷말도
#쌍용차 노사의 자구안에도 냉랭한 분위기
지난 7월 12일 쌍용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무급휴업신청건이 승인됨에 따라 내년 6월까지 1년간 무급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평택공장 생산 라인은 주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된다. 전체 기술직은 50%씩 2개 조, 사무직은 30%씩 3개 조로 편성돼 매월 1개 조씩 순환 무급휴직을 한다. 무급휴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막고자 라인 간 전환배치도 실시한다. 3라인은 증산하고, 1라인을 감산해 약 4% 이상의 생산효율을 높였다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앞서 6월 14일 노사는 무급휴직 외 임금·복지 삭감 2년 연장, 쟁의권 포기, 전환배치 등이 담긴 자구안에 합의했다. 향후 5년간 매년 평균 150여 명의 정년 퇴직 등 자연감소 인원에 대한 신규 채용도 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인력조정 없이 실질적인 구조조정의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구안에 대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시선은 냉랭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구안 발표 당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구안은 핵심적인 사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면서 “쌍용차 노사는 산은과 정부 관점이 아니라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한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가 없으면 만사가 종잇조각이다. 2년 조건부 무급휴직한다고 2년 만에 회생할 수 있나. (투자자 입장에선) 노동조합이 미지급 임금채권도 나중에 미뤄서 받겠다고 하면 기업 회생 이후에 비용을 대라는 말로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쌍용차의 조사위원인 EY한영회계법인은 자구안만으론 기업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EY한영은 6월 30일 계속기업가치(6200억 원)보다 청산가치(9820억 원)가 크다는 조사 보고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시장 조사 기관인 LMC 오토모티브와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자동차 시장 전망치를 각각 적용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즉각 반박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쌍용차는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서 차입금을 갚지 못했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주주 마힌드라는 추가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쌍용차는 “EY한영의 보고서는 2027년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점유율이 급감한다는 IHS의 전망치를 적용한 것”이라며 “SUV가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 LMC의 전망치를 적용하면 계속기업가치(1조 4350억 원)가 청산가치(4530억 원)를 초과한다”고 전했다.
쌍용차 매각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도 긍정적이진 않다. 지난 6월 28일 쌍용차는 M&A(인수합병) 매각공고를 냈지만, 7월 13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접수 마감이 7월 말까지다. 잠재적 인수후보자로는 미국 HAAH오토모티브 외에 국내 전기차업체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자금력, 인수 완주 여부 등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찍힌다.
#공장 매각으로 ‘배수진’ 치는 쌍용차
쌍용차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42년 만에 공장 매각에 나섰다. 지난 7월 11일 쌍용차는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 및 신 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9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평택공장 부지(85만㎡) 매각과 함께 신 공장 건설 작업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신 공장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을 생산하는 첨단 미래차 전용공장으로 건설할 방침이다. 평택시는 사업 시행에 필요한 인허가와 산업 용지 공급 등 행정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평택공장은 쌍용차 매각 작업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최근 자산 재평가 과정에서 부지 가치가 약 9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쌍용차 인수 시 회생절차와 별개로 바로 갚아야 할 공익채권만 3900억 원에 이르고,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은 약 8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부지 매각을 통해 잠재 인수자 찾기에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뒤늦은 전기차 출시와 부지 매각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지 매각금은 부채 탕감하면 끝이다. 추가 자금을 끌어와서 신 공장에 투입할 여력이 없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미래차 역량을 제시하고 투자자를 끌어와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데 쌍용차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 부동산 개발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평택공장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상 4025억 원이었지만, 지난 4월 자산 재평가를 통해 6813억 원으로 올라갔다. 재평가에 따른 차액은 2788억 원.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부지 가치가 약 2300억 원 더 불어나 90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평택시에서 공장부지를 주거·상업용 부지로 용도변경을 해서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용도변경이 완료되면 실제 부지 매각가는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장부지가 주거·상업용 부지로 바뀌면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 부지가 매각된 후에 실사 및 논의를 거쳐 공업단지로 사용할지, 주거·상업 단지로 활용할지 등의 토지이용계획을 발표한다”며 “인허가자인 정장선 평택시장이 행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섣부른 행동이고, 부지 가격만 올려주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쌍용차 관계자는 “평택시와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며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도 나올 것이다. 이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신 공장부지 선정 등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