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화그룹 “1분기 물량 몰렸을 뿐 전년 수준, 경영권 승계는 무관”
한화시스템은 지난 1분기 내부거래를 통해 1319억 4356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1071억 148만 원 대비 23.1% 증가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SI 부문 매출이 급증한 정황이다. SI 부문 매출은 특수관계자 거래 가운데 ‘기타매출’로 계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해당 부문 매출이 1086억 264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872억 1918만 원 대비 24.5% 증가한 수치다.
이 부분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지난해 한화시스템의 SI 사업부문(흡수합병 전 한화S&C 영위 사업)을 문제 삼은 공정위의 조사가 최종 무혐의로 나온 후기 때문이다. 즉, 한화시스템이 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나자마자 다시 내부거래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한화시스템의 SI 부문 매출과 관련한 논란을 이해하려면 한화시스템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한화시스템의 옛 사명은 삼성탈레스다. 2015년 한화테크윈이 삼성탈레스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교체했다. 인수 당시 한화시스템은 구축함 전투지휘체계, 열영상 감시장비, 탐지추적장치 등 군사장비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했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 한화S&C를 흡수합병하기까지 실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주요사업이었기 때문에 특수관계자와 거래에서 발생하는 기타매출은 미미했다. 한화S&C를 흡수합병하기 전인 2015~2017년 3년간 기타매출은 6억 3164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 9월 한화S&C를 흡수합병한 후 해당연도 기타매출은 1292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화S&C가 네트워크 구축과 컨설팅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처리기술에 관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SI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회사였기 때문에 해당 매출을 제품매출이 아닌 기타매출로 계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흡수합병 후 1년간 실적이 반영된 2019년 내부거래에서 차지하는 기타매출은 3607억 6278만 원이다. 대부분 SI 물량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해당 매출은 3120억 9322만 원으로 13.4% 감소했다.
당시는 공정위가 한화S&C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다. 공정위는 한화S&C가 SI 사업을 통한 내부거래로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2015년부터 조사를 진행했다. 한화그룹 차원에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의 100% 개인회사인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줘 향후 경영권 승계작업의 발판을 마련해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2018년까지 한화S&C는 삼형제가 지분 100% 가지고 있다가 이후 물적분할(투자회사 에이치솔루션, 사업회사 한화S&C)을 한 뒤 한화S&C 지분 44.64%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이후 한화S&C가 한화시스템에 흡수합병되면서 삼형제와 에이치솔루션, 한화시스템 지분도는 현재 '삼형제(100%)→에이치솔루션(12.8%)→한화시스템'이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5년에 걸친 조사 끝에 한화S&C의 내부거래에 대해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SI 관련 매출이 급증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1분기 관련 매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하반기 거래물량이 1분기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해당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관련 매출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한화시스템의 내부거래 규모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다. 삼형제의 개인회사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 13.41%를 확보한 주요주주다. 한화시스템의 가치 상승은 곧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삼형제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의 내부거래 규모 증감과 경영권 승계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S&C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체면을 구긴 공정위가 자존심을 회복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별다른 소득 없이 5년간의 조사를 마무리하자 공정위는 당시 조사에 대해 행정력 낭비라는 평가와 무리한 조사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김승연 회장의 누나 일가의 회사 한익스프레스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며 지난해 11월 과징금 157억 원을 부과했다. 한익스프레스에 대해서도 7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이와 관련해 부당지원 사실이 없다며 반발, 향후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