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로부터 2조 투자 유치 스포트라이트…클라우드 사업, 글로벌 공룡과 경쟁·수익화 증명 숙제
#‘야놀자 테크놀로지’…데카콘 등극
지난 7월 15일 야놀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총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업계에서는 야놀자가 약 10조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기업가치 1조 5000억 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된 지 2년 만에 기업가치가 7배 이상 오른 셈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는 슈퍼앱 전략(한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글로벌 시장에서 클라우드 기반 자동화 솔루션 확장에 집중한 것이 이번 투자 유치 성공의 배경이라고 사측은 설명이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화 서비스 등을 고도화해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구축·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를 넘어 연간 30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여행·호스피탈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6월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테크 올인(Tech All-in)’ 비전을 선포했다. 올해 하반기에만 300명 이상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해 현재 1500명 임직원 중 40% 수준인 R&D 인력을 70%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R&D 인력들은 공식 출범한 신규 법인 ‘야놀자 클라우드’에 배치될 전망이다. 신규 법인은 이지테크노시스, 젠룸스, 산하정보기술, 트러스테이 등의 계열사로 구성돼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주축으로 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 170여 개국 3만여 개 고객사에 60개 이상의 언어로 B2B(기업 간 거래) 운영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2017년 야놀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호텔 관리 시스템(PMS) 사업에 진출했다. 가람, 씨리얼, 이지테크노시스 등 국내외 PMS 기업을 인수하고 AI,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IT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시장 점유율은 오라클(3만 8000개)에 이어 세계 2위다. PMS는 숙박·식당예약, 음식 주문 등 호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디지털화해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테크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전환에도 힘을 싣고 있다. 2007년 창립 후 주력해온 모텔·호텔 대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한정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다. 지난 7월 1일 야놀자는 기업 비전을 담은 신규 캠페인 ‘야놀자 테크놀로지’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기술을 통해 여행의 모든 것을 한 번에 쉽게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야놀자는 8월까지 260억 원을 투자해 ‘전 국민 놀테크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TV와 온라인 주요 채널·라디오·옥외 광고 등 다양한 채널 광고를 통해 기술로 여행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야놀자 역량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AWS·MS·구글과 경쟁 가능할까
하지만 테크기업으로 변신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야놀자는 지난해 전 세계 2만 2000여 개 숙박시설에 클라우드 기반 PMS를 제공했다. B2B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 신장한 11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3.8% 늘어난 19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61억 원을 거두며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했다. 문제는 11조 원대의 거래액과 PMS 세계 2위에 올라섰음에도 매출이 2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이 숙박 중개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호텔 PMS만으로 기업가치 10조 원에 걸맞은 실적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야놀자는 IPO를 공식화했고, 이르면 2023년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의 주력 사업인 숙박·여행 플랫폼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테크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진 후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피어그룹(비교기업)에 포함시켜야 한다.
야놀자가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리해 신규 법인으로 출범시켜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야놀자 클라우드는 숙박시설의 모든 운영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해 디지털 전환을 구현할 수 있는 ‘와이플럭스(Y FLUX)’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수익성을 꾀하기 위해서는 레저시설, 레스토랑, 주거임대 시장 등으로까지 고객사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관건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32%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20%), 구글(9%)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3사의 한국 민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한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KT·네이버·NHN이 지키고 있다.
AWS 이용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행·호스피탈리티 기업만 91개에 달한다. 타코벨, 피자헛 등 글로벌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기업부터 인터컨티넨탈, 익스피디아, 플라자프리미엄,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그룹까지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외 항공사, 스카이스캐너(글로벌 항공권 가격비교 서비스) 등이 있다. 특히 야놀자조차도 AWS를 이용해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야놀자의 고객사 규모는 상당히 차이 난다”며 “야놀자가 숙박업체 3만여 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지난해 야놀자 매출에 견줘보면 고객사가 중소형 호텔·모텔에 한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전까지 ‘클라우드 사업의 수익화 모델 증명’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데 쉽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