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생활은 바꾸었다. 개인적, 사회적 영역 모두에서 일상생활의 범위가 좁아졌다. 불특정 다수가 무작위로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사적인 공간으로 피신하는 경향이 생기다 보니 배달 산업이나 레저 산업, 비대면 솔루션 사업 등 일부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등하며 오히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륜차 시장도 코로나 반사이익을 얻은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식 산업이 줄고 배달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달 산업이 성장 한 것이다. 이륜차 시장의 증감률은 지난 3년 동안 연간 등록대수, 2018년 약 9만 대, 2019년 약 11만 대, 2020년 약 14만 대 수준으로 점차 증가했는데, 그중 125cc 이하 스쿠터 등록 대수는 2018년과 2019년 4만 7천 여대 수준에서 2020년에는 6만 3천 대 수준으로 전년대비 증감률 33.5%로 크게 성장했다. 사실상 배달 목적의 이륜차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배달 수요의 배경에는 배달 플랫폼 사업의 성장이 있다. 배달의 민족, 쿠팡 이츠, 요기요 등으로 대변되는 배달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늘어난 배달 수요에 대응했고, 다양한 배달 플랫폼 앱의 생태계 안에서 수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양산되었다. 배달 플랫폼은 기존의 배달 산업과 달리 배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배달 노동자 각각이 사업주가 되는 서비스 대행 플랫폼 특유의 노동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로써 직접 고용으로 인한 부담은 줄이고, 서비스를 메게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더 많이 챙길 수 있었다. 배달 플랫폼에 대한 문제점은 현재 여러 가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배달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이 안에는 노동자들의 열약한 근무환경과 보험 문제, 안전사고 문제, 갑질 문제, 고용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배달 노동자들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들을 대변하기 시작했던 단체도 있다. 바로 라이더 유니온이다. 2021년 7월 현재 노조원 700명이 가입되어 있다는 라이더 유니온은 배달 라이더의 노동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노동조합이다.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현재 정부 부처와 국회 언론 등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플랫폼의 AI시스템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면서 배달 플랫폼의 허점을 직접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라이더 유니온은 노동자 권익을 위한 노조이기도 하지만, 배달 라이더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전 운전 교육이나, 교통 문화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올 연말에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무사고 운행 시 포상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라이더 인신 개선 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결국 배달 노동자들이 생겨난 만큼, 노동자들의 권익과 노동 환경에 대한 인지가 생겨났고 이를 보호하고 또 권익을 보장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률적으로 이륜차 운전자들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26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중랑구 을)이 ‘이륜차의 전면 번호판 부착 의무화를 담은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10386번)을 발의하며 앞 번호판 부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요지는 이륜차의 교통 법규 위반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고 개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륜차에 앞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법률 개정을 하자는 것이다. 현재 이륜차는 뒤쪽에만 번호판을 달기 때문에, 현재 앞쪽 번호판을 촬영하는 단속 카메라에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법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근거로 이륜차 사고 사망자율(경찰청 연도별 교통사고 현황 자료 통계)이 지난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들었는데, 이 자료에는 다소 아쉬운 해석의 여지가 남긴다.
경찰청 사고 자료에서 이륜차 사고는 이륜차가 가해 사고일 때를 기준으로 분류되며, 이 경우 사망자는 이륜차 운전자가 아닌 이륜차 사고로 피해를 당한 피해자, 즉 보행자 사망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이륜차에 앞 번호판을 추가 장착하는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보다, 뒤 번호판 인식률 개선을 위한 번호판 개선 사업이나 혹은 후면 촬영 단속 카메라 설치가 더 효율적이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이륜차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을 위한 도입 방안 연구, 도로교통공단)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인 법안 발의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이륜차에 대한 인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 조치들도 단행되는 것이 목격된다. 최근에는 의정부 서부로 통행금지처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의정부경찰서장은 지난 6월 30일에 의정부 서부로 일반국도(호원동 호원 고가교에서 녹양동 하동교 앞까지를 잇는 총 길이 7.879km 구간)에 이륜차 운행을 금지 시켰다. 지난 4년(2017년~2020년) 간 3건의 이륜차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게 서부로 통행금지명령의 이유다. 실제로 의정부 서부로의 교통사고 보다 평화로(3번 국도)의 교통사고 건수가 월등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서부로의 통행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이륜차시민단체총연합회에서는 의정부경찰서장을 상대로, 통행금지처분 취소소송 및 통행금지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의정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경찰을 상대 한 집단 소송이며 취소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은 이호영 변호사가 맡았다.
한국소비자원에서의 사례도 있다. 한국 소비자원은 지난 5월 1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륜차 안전모 실태조사에 대해 알렸다.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10만원 대 이하의 오픈페이스 헬멧을 분류하고 상위 10개 제품을 수거하여 안전실태를 조사했고 그 중 8개 제품이 인증 기준 미달로 판명되어, 해당 제품의 수입 판매업자에게 이를 고지하고 시정 조치를 권고 했다. 이 중, 구매대행특례조치로 인증을 회피한 업체의 제품이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사례가 있어, 해외직구 헬멧에 대한 특례조치를 제외해야 한다는 고지를 인증 기관에 전달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륜차 라이더들이 운행할때 사용하는 안전 용품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앞서 살펴본 현상들은 이륜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늘어난 이륜차 및 이륜차 운전자들을 사회가 인지하기 시작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여전히 이륜차 및 이륜차 운전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정책이나 조치들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륜차 시장이 태동기를 넘어 하나의 시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속적인 연구와 건강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상식적인 정책과 교통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이민우 모토이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