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주요주주 비덴트에 투자해 메타버스+블록체인 시너지 기대…규제·오너리스크·지배구조 발목 우려도
#거래소 품는 위메이드, 메타버스 강자로 떠오르나
위메이드는 최근 비덴트에 투자해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호연아트펀드1호 투자조합에 500억 원을 현금 출자해 비덴트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내년 7월 16일 권리 행사기간이 시작되면 비덴트 지분 13.56%를 확보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비덴트 이사 지명 및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분 74.10%를 소유한 빗썸홀딩스 지분을 34.22% 가진 주요 주주다. 빗썸코리아 지분도 10.28% 직접 보유했다. '위메이드→호연아트펀드1호→비덴트→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로 이어지는 구조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7월 16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빗썸 경영 참여 계획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빗썸의 복잡한 주주 관계와 구조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할 계획으로, 그 첫 번째가 비덴트 지분 확보”라고 답했다. 또 “전략적 제휴로 빗썸 가치를 지금보다 키우자는 취지로 기본적으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주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향후 빗썸의 글로벌 전개에 있어서 양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위메이드의 빗썸 투자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단어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안면인식,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가상공간에서 시공간 제약 없이 전 세계 유저들과 게임 및 소통은 물론 공연, 자산 거래, 업무회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고품질 콘텐츠와 디지털 그래픽 구현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게임업체들이 메타버스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암호화폐로 게임 아이템과 아바타 소품 등을 구입도 가능하다. 게임 유저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질 전망으로, 게임사가 거래소를 갖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글로벌 진출도 유리하다. 해외 유저들의 유입과 자산 활용이 훨씬 편리한 덕분이다. 일례로 중국과 미국에 있는 많은 유저들이 게임 플랫폼에 접속할 때 아이템을 구매하려면, 디지털자산을 사용하는 것이 환전 수수료를 내야 하는 현금보다 낫다. 위메이드는 그간 이런 이유로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가 만든 자체 암호화폐 ‘위믹스토큰’을 거래소 빗썸과 비키에 올 초 연달아 상장시켰고, 지금까지 블록체인 게임 3개를 해외에 출시했다. 8월에는 글로벌 국가에서 출시 예정인 ‘미르4’를 시작으로 가상자산을 게임에 적용하기로 했다.
#규제에 복잡한 지배구조…과제 첩첩산중
위메이드가 빗썸을 통해 구현해내려는 사업이 유망하다는 데는 업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넘어야 산이 만만치 않다. 정부 규제가 그 첫 번째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 문제를 이유로 게임 산업과 디지털 자산이 연결되는 데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게임의 등급 분류를 내주지 않는 것이 일례다. 국내에서는 연령등급을 받지 못한 게임은 출시 및 운영이 불가하다.
위믹스토큰의 사업 불확실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17일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특정금융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 코인을 발행해 자사 플랫폼에 상장하는 것을 막고, 관계사가 발행한 코인 유통도 차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메이드는 비덴트 이사 지명과 경영 참여 계획을 밝혔고, 내년 7월이면 지분 관계도 발생 가능해 위믹스토큰도 상장폐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만들고 여기서 통용되는 암호화폐 클레이를 국내가 아닌 업비트 해외법인에만 자체 상장해 유통 중이다. 카카오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 7.7%를 보유한 만큼 국내 시장에 업비트를 통해 클레이를 상장하면 계열사 차원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지만 국내 규제로 이를 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위메이드가 빗썸과 손잡는 과정에서 위믹스가 거론된 이상, 다른 암호화폐 발행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차원에서라도 쉽게 넘어가긴 힘들다. 위믹스를 인정해주면 이미 상폐된 코인프로젝트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타사에서 역차별 얘기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오너리스크도 우려 요인 중 하나다. 여러 주주를 우군으로 둔 빗썸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의장은 사기 혐의로 지난 6일 불구속 기소돼 은행들이 계좌 계약 재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빗썸은 해킹 이력과 역외탈세 및 자금세탁 불법 연루 의혹도 받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한 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고 금융당국 승인을 못 받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은행은 해킹 발생이력뿐 아니라 대표자 및 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 당기순손실 지속 여부 등 요건들이 사업연속성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점검하고 계좌발급을 심사한다. 실명계좌 확보 이후에도 금융위원회는 별도 심사에 나서기 때문에 빗썸을 둘러싼 잡음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간접 경영에 나선 만큼 빗썸 이슈는 위메이드 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빗썸 리스크를 같이 감당해야 하기에 사업 리스크가 커지면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원하는 효과를 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넥슨이 빗썸 인수를 시도했지만 무산된 이유도 지배구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운영 노하우와 네트워크 등 거래소 사업 자체에 관심 있거나 자사 코인 상장, 비덴트와 이정훈 전 의장 등 주주들 간 지분 다툼에서 한 쪽 우군이 되려는 목적 등 숨겨진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지만 빗썸은 관련 기술이 없는 거래소란 점에서 진짜 이유로 보기 어렵다. 빗썸 인수를 시도했던 많은 회사들이 같은 얘기를 했지만 끝내 사지 않은 이유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주주 돈으로 사업성 보이지 않는 회사에 지분 투자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장현국 대표는 빗썸과 관련해 “경영 참여는 딱 정해져 있진 않고 레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전략적 제휴를 통해 빗썸이 좋은 회사가 되는데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양사가 합의한 사항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를 통해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