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사장 26일 대국민사과…“피해 국가 대사관에 사과 서한 전달해”
박성제 사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성제 사장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순차적으로 답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최근 MBC의 조직 개편, 제작 기능 자회사 이관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올림픽 중계방송에 본사와 자회사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조직 개편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본사나 계열사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했던 규범적 인식의 미비"라고 덧붙였다.
MBC는 지난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진을 내보내는가 하면, 아이티를 소개하면서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티 내전 사진을 삽입하고, 마셜 제도에 대해서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로 질타를 받았다. 또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사진을, 이스라엘과 끊임없는 국경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그 분쟁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분리장벽을 대표 사진으로 썼다. 이런 부적절한 사진과 설명이 SNS를 타고 해외로 퍼지면서 결국 외신까지 MBC를 질타하는 '국제 망신'을 불러일으켰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고의라는 지적이 따르자 이에 대해 박성제 사장은 "(자막 사고의) 원인은 파악됐다. 방송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바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있었고 올림픽 중계방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는대로 좀 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서 확실한 책임 소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시간 이전에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사용된 주한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미리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메일로, 루마니아에는 메일로 드리고 인편으로도 전달 중"이라며 "주한 아이티 대사관에도 전달하려 했지만 국내에서 철수해 전달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MBC의 국제 행사 자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3년 전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도 아프리카의 국가인 가나를 '예수가 기적을 행한' 이스라엘의 가나로 착각해 설명했을 뿐 아니라 케이멘 제도 선수단을 설명하는 자막으로는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회피지로 유명'이라는 부적절한 문구를 달았다. 또 차드에 대해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등 비하 표현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행정제재가 동반되는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제재 이후에도 데스킹이나 방송 과정에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에 대해 박성제 사장은 "그런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시간이 부족했고 1차 조사는 돼 있으나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밀 조사를 통해 징계 논의와 대책까지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가 인력 부족과 바쁘게 돌아가는 제작 과정 때문이 아니라 제작진 자체의 사고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국가에 대해 존중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박성제 사장은 이 지적에 대해서는 "관련된 분들 중 일부는 업무 배제돼 있고, 일부는 업무 중이고 일부는 조사를 받고 있다. 강도 높은 특별감사나 진상조사위 구성을 포함해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가장 철저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 지구인들의 우정을 상징하는 올림픽에는 문화다양성 그런 것들이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교육이 정확히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보강할 것이며 올해 바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