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안 대표의 통 큰 결정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철수 대표가 권은희 의원을 물리고 직접 협상테이블로 나와 지도자답게 통 큰 합의를 할 때”라면서 “안 대표는 현재 국민의당 당헌·당규로 인해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태지만 합당을 통해 새로운 틀 안에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당직을 지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대선에 나올 수 없는 안 대표라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그를 필요로 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국민의힘은 안철수라는 인물을 원하는 것이지 국민의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안철수 임대론’ 이야기도 나온다. 야권 대선 경선에만 잠시 안 대표를 빌려 갔다 국민의당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 과정에서 권은희 의원이 “그럴 거면 국민의힘이 안철수 대표만 따로 떼어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태규 의원은 합당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합당 실무협상단장직을 맡은 권은희 의원은 합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에도 야권 통합을 둘러싼 ‘권은희 리스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권 의원의 경우 제3지대 국민의당과는 색깔이 맞을 수 있었어도 국민의힘과 합당을 한 뒤 보수 정치인으로 활동하기에는 맞지 않는 인사라는 평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합당이 이뤄질지라도 호남에 기반을 둔 권 의원은 추후 정치적 활로 모색을 위해 야권 통합 대열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안 대표만 따로 떼어가는 방식을 권 의원이 언급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안철수 임대론'이 퍼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제3지대론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식 투샷 경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제3지대 경선과 국민의힘 경선을 따로 펼친 뒤 야권 통합 경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원샷보다 투샷이 낫다’는 취지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당 의도대로 ‘제3지대 기반 투샷 경선’에 순순히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안철수의 복심’이 최근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사실이 변수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송기석 전 국민의당 의원 이야기다. 7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송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 출신으로 20대 총선서 광주 서구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8년 2월 회계 책임자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 처분을 받았다.
윤석열 캠프 합류에 앞서 송 전 의원과 안 대표의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의원이 자의로 캠프에 합류한 셈이다. 송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안 대표 사이 소통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7월 7일 안 대표는 윤 전 총장과 오찬 회동을 통해 1시간 5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이날 회동에서 윤 전 총장은 안 대표에게 야권통합 정신과 헌신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압승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경의를 표했으며, 안 대표는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결단을 치켜세웠다. 둘의 회동을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을 사이에 두고 입당과 합당을 앞둔 두 장외 인사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연합전선에 대한 추측은 추측으로만 그쳤다. 이뿐 아니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안 대표의 합당 역시 7월 28일 현재까지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했다. 바빠진 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25일 윤 전 총장과 서울 광진구 모처에서 ‘치맥회동’을 하며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론 윤 전 총장이 오는 8월에 입당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에게도 손짓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 합당 이슈에 대해 “합당하고 싶어 죽겠다”며 강력한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 7월 27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합당 협상이) 최종결렬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내가 아는 안철수 대표가 진짜 이런 협상안을 들고 왔을까 할 정도로 의아한 조항들이 있었는데, 안 대표 진의를 확인하는 게 첫 단계라고 본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지율 등락에 따른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마지막 남은 변수 하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안 대표의 경우엔 윤 전 총장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도층 결합이라는 결과물을 내는 것이 마지막 남은 카드”라면서 “결국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던 토너먼트식 야권 단일화를 노려야 하는 양상이다. 그 외엔 상황을 반전할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의 결합은 엄밀하게 따지면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러나 변수가 속출하는 현 상황에서 아예 배제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아니다”라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안철수의 선택이 야권 대선 구도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