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시정하면 재집권 가능…김경수 판결 수긍 어렵고 마음 아파”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으로 정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던 그는 2002년 38세 나이로 대선 후보 여론조사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만 40세 나이 제한에 걸려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다가 낙선한 그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이적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16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그는 우여곡절 끝에 18년 만에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최근엔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 의원은 “현 코로나19 대유행이 언제 회복될지 자신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유행할 때마다 추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난지원기금을 신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과 관련한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의원은 야권 유력한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두고 “사실상 두 분은 현직에 있으면서 정치 투신을 준비한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라며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반정부적인 의식에 부응할 수 있을진 몰라도 국정 운영 부분에선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의원은 “민심이 바뀐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대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시정해나가면 민주당 재집권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4차 대유행,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심각하다. 전국이 4단계로 가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문제는 언제 회복될지 자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무증상 감염이 많고, 특정 집단 감염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도처에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치사율이 줄어들고 있어 좀 낫다고 할 수 있지만 확산세가 계속하면 치료시설이나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회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계획은 있나.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정부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실생활에서 불편해하는 부분을 수렴해 정부 대응에 반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랬다. 다만 장기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그때마다 추경을 할 순 없기 때문에 재난지원기금 신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법안을 발의했고 심의 중이다.”
―백신 수급이 문제다. 특히 40대 백신 접종은 어떻게 보나.
“40대가 핵심 지지층이다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과 관련한 건 정치적으로 판단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애초부터 접종은 순수하게 방역적 측면에서 가장 고위험 세대부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40대 접종이 늦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해를 구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백신을 수급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백신 수급이 왜 힘든가에 다수 국민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여당 의원이지만 국민의 답답함에 공감한다. 하지만 백신 수급의 근본적인 문제는 협상력 차이에 있다. 협상 주도권은 백신을 생산하는 거대 제약사가 갖는다. 슈퍼 갑인 셈이다. 이 협상력을 뒤바꿀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빼곤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정부는 최선을 다해 백신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이유는 뭔가.
“지지율을 보고 판단한 게 아니다. 어떤 후보가 하는 게 옳겠는가 판단했을 때 정세균 후보였다. 흠이 없다. 국정운영 능력도 검증됐다. 실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겸비했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앞서가고 있지만 도덕성이나 정치 업적에 있어 논란이나 시비가 있다. 정세균 후보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본선에선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다. 정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당 역대 대통령이 가진 기본적인 품성의 선함을 가졌다. 정 후보와는 15대 국회 입성 동기로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여야 양쪽에서 입장은 달라도 ‘사람 좋다’는 말을 듣기란 쉽지 않다.”
―다른 후보들의 제안은 없었나.
“사실 추미애 후보도 함께하자고 제안을 해줬다. 하지만 그 제안을 받기 전에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터라 거절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3강 구도에서 이재명, 이낙연 2강 구도로 가고 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출발이 늦었다는 거다. 국무총리 자리에서 조금 늦게 나온 것 아닌가 본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선두권을 선점해 둔 상황에서 나왔다. 물론 추미애 후보와 박용진 후보처럼 자기 색깔이 강한 후보는 조금 늦더라도 핵심 지지층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정세균 후보는 그런 후보는 아니다. 정 후보는 스타성보단 안정감 있는 스타일이다. 실제 경선 결과는 다를 것이다. 첫 개표 때 최소 3등은 간다. 100% 확신한다. 추미애 후보에겐 검찰 개혁 지지층이 있지만 조직력이 약하다. 박용진 후보의 지지층 구성을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충청권 투표에선 아주 팽팽한 3파전이 나올 거라고 본다.”
―정세균 후보가 이재명, 이낙연 후보와도 겨뤄서 승리할 수 있겠나.
“이제 정세균 후보의 태세가 갖춰졌다고 본다. 이제 출발점에 선 거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백제 지역주의 논쟁, 본인의 도덕성 논쟁이 있었다.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적 약점도 드러냈다.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정세균 후보는 시비에 휘말리는 게 없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빠진 건 TV 토론 두세 번 만에 일어난 일이다. TV 토론이 16번이나 남았다. 이변이 날 것이라고 본다. 검증이 진행되면 될수록 개인적 도덕성이나 정책적 내공이라는 게 결국 드러날 거다. 어제(7월 28일) TV 토론 같은 경우 실제로 팽팽한 3강 구도였다. 정세균 후보가 양 후보를 잘 공격했다. 어제 본 3강 구도가 앞으로 본경선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정세균 후보가 온화한 이미지를 버리고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나.
“TV 토론에선 자기 장점을 부각하고 상대와 차별을 드러내는 게 맞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검증할 건 검증해야 한다. 물론 무분별한 네거티브는 안 된다. 정세균 후보는 이낙연 후보에게 왜 탄핵을 찬성하는 쪽에 섰는지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불분명한 처신을 지적하는 거다.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투표를 던졌다고 하는데 왜 행동은 그렇지 못했는지 묻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는 데 앞장선 정세균 후보가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본다.”
―탄핵 국면 때 죽은 정당에 가까웠던 국민의힘이 지금은 대등한 여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회복된 건 첫째는 절박함이 있다. 둘째는 이준석 대표 등장으로 변화를 꾀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셋째는 문재인 정부의 부진한 성과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는 건 대통령도 인정한다.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공급이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규제에 집중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중산층, 서민, 젊은 층을 어렵게 했다.”
―민주당, 재집권 가능하다고 보나.
“최대한 겸손하게 노력하는 게 맞다고 본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큰 경고를 받았다. 다만 그럼에도 대선에선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야권 후보의 경쟁력은 떨어지는 것 같다. 윤석열, 최재형,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가장 근접하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반정부적인 의식에 부응할 수 있을진 몰라도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선 아무리 좋게 봐줘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경선을 뚫고 올라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정부가 대통령의 도덕성 시비로 난국에 빠진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본인과 측근의 도덕성 시비가 없다. 35~40% 국정 지지율이 임기 말까지 유지되는 이유다. 결국 집권 여당은 정책으로 말하는 거다. 부동산 정책을 한 방에 만회하려고 하면 탈 난다. 큰 방향에서 시정해가겠다는 시그널을 시민과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최재형 후보 공무원 중립 의무 논란이 있었다.
“헌법 7조의 공무원 중립 의무를 짓밟고 시작한 전직 검찰총장과 감사원장만으로도 유쾌하지 않다 말은 어떻게 하든지 간에, 그럴듯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윤석열, 최재형 후보 두 분은 현직에 있으면서 정치 투신을 준비한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헌법적 중립성을 가장 크게 요구되는 자리다. 공직자로서 기본을 지킨 게 아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논란이다.
“법사위원장을 넘겨준 건 아쉽게 생각한다. 다만 여야 어느 쪽이 법사위원장이 되더라도 시비가 없는 제도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이번 합의는 그것이 불분명하다. 법사위가 타 상임위 법안을 갖고 질질 끌거나 직접 손보는 건 안 된다. 타 상임위 소관의 부처 장관을 부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권이라는 틀을 과용해서 국회의 정상적인 진행에 장애를 주는 제도는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경수 지사를 오랫동안 알아 왔고, 성품을 잘 알고 있다. 법원에서 판단한 정황도 중요하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이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 대등하게 판단해줘야 한다. 김경수 지사가 방문한 그 시간에 댓글 조작 프로그램이 돌아간 것만 갖고 김 지사가 동참한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법률적으로도 수긍이 어렵고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