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8위 자산규모·우오현 회장 성공경험 ‘강점’…대규모 자본 투입·전기차 경쟁력 부재·노조 이슈 ‘한계’
#재계 38위 SM그룹 등판, 쌍용차 미래는
쌍용차는 7월 30일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 결과 9곳이 인수의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SM그룹,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인 카디널 원 모터스, 국내 전기버스 전문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 스쿠터업체 케이팝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이엘비앤티, 미국 전기차 관련 기업 INDI EV 등이다. 이들은 8월 27일까지 예비 실사를 진행한다. 쌍용차와 매각 주관사는 9월 초 인수제안서를 받고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SM그룹이 꼽힌다.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하기 때문이다. SM그룹은 자산총액이 약 10조 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재계 38위 기업집단이다.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5조 350억 원, 5510억 원을 기록했다. 옛 한진해운 미주·아주 노선 사업부인 SM상선과 대한상선, 대한해운, 삼환기업, 경남기업, 우방 등 5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남선알미늄과 티케이케미칼, 백셀, 화진, 지코 등 그룹 내 자동차 부품 계열사와 협력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인수자금으로 계열사 SM상선을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SM상선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IPO 공모 규모는 상장 예정 주식(7963만 3458주)의 30%로, 최근 해운업 호황기에 따라 최대 3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SM상선의 IPO가 흥행할 경우, SM그룹은 인수자금으로 최대 2조~3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오현 회장이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경험이 많다는 점도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서 다크호스로 꼽히는 이유다. SM그룹은 법정관리 대상이 된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M&A를 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대한해운, SM상선, 경남기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오현 회장은 양계장 사업에서 시작해 굵직한 M&A를 해내며 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쌍용차 인수 시도는 그간 경험을 통해 쌓인 우오현 회장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SM그룹이 인수할 당시는 해운업계가 위기였지만 지금은 호황기를 맞았다. SM상선을 통해 활발하게 자금을 축적하고 있는 지금의 시기를 재도약 기회로 삼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 자금력 충분할까
SM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쌍용차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자동차업계는 삼성 등 유수 기업들이 진출했다가 접었을 만큼 자금만 있다고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충분한 경험과 경영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SM그룹에게 없는 부문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완성차업계 차종마다 부품 협력사 등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밸류체인 회사들이 있고, 부품을 하나 바꾸려고 하면 전체 설계 등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나기 어려울 수 있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그 이후가 문제다. 법원과 채권단은 쌍용차의 공익채권 7000억 원을 고려할 때 인수자금으로 1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쌍용차는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으로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내며 17분기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부채비율도 1770%나 된다. 경영 정상화까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쌍용차가 미래 시장인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도 전체 생산량 중 50% 이상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등 세계 시장의 흐름은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쌍용차도 이에 합류해 최근 준중형 SUV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양산에 돌입했다. 평택공장을 매각해 전기차 전문 완성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사업구조가 디젤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차종에 편중돼 있고 전기차 기술과 설비, 부품 등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지만 지분구조는 여전히 복잡하다는 점도 지켜볼 부분이다. SM그룹은 2017년만 해도 185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대기업 집단 지정을 앞두고 모두 해소했다. 그러나 단기간 많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로부터 현금을 동원하다 보니 이종산업 기업에 출자한 계열사가 많다. 대한해운 주요 주주는 SM하이플러스(20.56%), 케이엘홀딩스(15.74%), 티케이케미칼(11.37) 등이고, SM상선은 삼라마이더스(41.37%), 티케이케미칼(29.55%), 삼라(29.08%)인 것이 일례다. 지분구조가 복잡하고 계열사 간 자금이동이 잦았던 만큼 일부 계열사의 신용 위험도 등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차의 노조 이슈도 SM그룹의 부담이 되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노조들은 ‘완전고용’을 주장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쌍용차 법정관리가 재개된 지난 4월 쌍용차 노조는 협력사 포함 20만 명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회생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건설·해운업이 주력사업인 점도 리스크로 언급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자산 규모로는 재계 38위지만 SM그룹의 캐시플로는 우수하지 않다. 건설사들은 부동산이 있어 자산 규모가 크고 해운업도 지금은 호황기지만 둘 다 경기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지배구조도 내부적으로 엮여 있어 경험부족이나 자금흐름 압박 등으로 재무상태가 전체적으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와의 갈등, 충분한 인수자금과 추가 운영자금 조달, 지배구조 정리 등이 쌍용차 인수 후 시너지를 좌우할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오현 회장의 정치권 인맥이 정권 교체 시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SM그룹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재계순위가 2017년 46위에서 꾸준히 상승해 현재 38위로 급성장했다. 우오현 회장은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거나 경제사절단에 선정되는 등 현 정권과 깊은 관계를 드러내왔다. 과거 SM그룹 계열사인 케이엘씨SM에는 문재인 대통령 동생이 선장으로, SM삼환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생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관계로 인해 SM그룹이 연이은 M&A에 성공한 배경에 높은 대관 역량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핵심 정치권력의 가족이 SM그룹 내에서 일하며 정치적 구설이 일었고, 현 정부 들어서 호남기업들이 급성장하고 굵직한 M&A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우오현 회장의 정치적 인맥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며 “SM이 인수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SM그룹의 M&A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이후 자금 압박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만약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의해 M&A를 해왔다면 정권이 바뀔 경우 지원받기가 힘들어지는 등 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