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왕 안산, 수영 신성 황선우, 탁구천재 신유빈 ‘10대들 두각’…‘노메달 영웅’ 우상혁 즐기는 모습 박수 받아
#역시 효자종목, 기대에 부응한 양궁 대표팀
한국의 전통적 메달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를 충족시키는 성적을 냈다.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린 양궁 종목에서 4개를 차지하며 '양궁 최강국'으로서 위엄을 보였다. 남자 개인전을 제외한 모든 종목을 석권한 것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양궁 종목의 첫 결선 일정이자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종목인 혼성 단체전부터 금메달을 획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남녀 선수단 내 각각 최연소 선수 김제덕과 안산은 개인 첫 올림픽 출전이었음에도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어 양궁 선수단은 남녀 단체전도 쓸어 담았다. 김우진·김제덕·오진혁으로 구성된 남자팀, 강채영·안산·장민희로 구성된 여자팀 모두 시상대 최상단에 올랐다.
메달 획득에 실패한 남자 개인전과 달리 여자 개인전은 앞서 두 번의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안산이 또 다시 1위에 올라 대회 3관왕에 등극했다. 한국 선수단에서 하계 올림픽 3관왕이 탄생한 것은 역대 최초다.
#다음 대회 기약…존재감 알린 영건들
'막내의 반란'을 선보인 김제덕과 안산 이외에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 어린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선보여 앞으로 전망을 밝혔다. 박태환 이후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나오지 않았던 남자 수영에서는 2003년생 황선우가 '신성'으로 등장했다. 자유형 50m, 100m, 200m, 남자 4x200m 자유형 계주 등 4종목에 출전한 그는 100m와 200m에서 결선 무대까지 진출했다.
자유형 100m에선 최종 5위, 200m에선 최종 7위를 기록했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예선 과정에서 한국신기록, 아시아신기록 등을 작성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하다는 점도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이번 올림픽 5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수영 황제'로 등극한 케일럽 드레슬은 황선우에 대해 "내가 18세였을 때보다 더 빠른 선수"라며 칭찬을 보냈다.
탁구 대표팀에선 선수단 막내 신유빈이 주목을 받았다. 중학생이던 2019년 탁구 국가대표 최연소 발탁 기록을 세운 바 있는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도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나섰다.
신유빈은 과거 10세도 되지 않은 어린 시절부터 '탁구 신동'으로 다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특히 2014년 당시 최고 인기프로그램이었던 '스타킹', '무한도전' 등에 출연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2004년생, 17세 국가대표 신유빈은 여자 단식 2회전에서 탁구 종목 최고령 출전자와 맞대결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상대는 룩셈부르크 대표 니샤롄(1963년생, 58세)으로 신유빈과 41살 차이였다. 신유빈은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하고 3회전에 진출했다. 신유빈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단식 3라운드 진출, 여자 단체전 8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노메달'이어도 괜찮아
도쿄올림픽에서는 입상에 실패한 선수들에게도 박수가 쏟아지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국내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4위'는 높이뛰기에 출전한 우상혁이다.
우상혁은 기량을 떠나 올림픽이라는 대회와 자신의 종목을 즐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부담감과 중압감에 시달리는 일부 선수들과 달리 메달 색이 결정되는 결선에서도 웃는 얼굴로 '레츠고', '상혁아 가자' 등의 함성을 내지르고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를 두드리는 등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2m 35cm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활짝 웃다가도 거수경례와 함께 진지한 모습으로 군인다운 모습(국군체육부대 복무 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목표로 했던 기록 2m 39cm를 시도했다 실패하고도 "괜찮아!"라고 외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럭비 대표팀의 도전에도 격려가 쏟아졌다. 한국 럭비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도쿄 땅을 밟았다. 홍콩을 물리치고 아시아 예선을 뚫어낸 것만으로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럭비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를 만나 대패를 당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박수를 받았다. 대표팀은 단 한 번의 득점만으로도 환호하며 올림픽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대표팀은 순위 결정전에서도 아일랜드, 일본에 연패해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응원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조기 탈락했지만 강국들을 상대로 선전한 여자 농구 대표팀, 효자 종목으로 불리다 이번 대회 '노골드' 성적을 낸 유도·태권도 대표팀에도 질타가 아닌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반란
아마추어 정신을 근간으로 탄생한 올림픽에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지는 이미 오래다. 많은 팬들을 거느린 프로 선수들의 참가로 흥행에 성공하며 올림픽의 더 큰 발전을 이끌었다. NBA(미국프로농구) 슈퍼스타들이 참가하는 남자 농구 종목은 올림픽 최고 흥행카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국내 스포츠팬들 역시 국내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종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종목은 야구와 남자 축구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와 남자 축구 종목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올림픽이 거듭될수록 성적에 관계없이 선수들이 거둔 결과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야구와 축구에 대해서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남자 축구는 8강에서 멕시코를 만나 3-6으로 대패하며 탈락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국가대항전에서 6실점을 한 경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으로 금메달을 딴 야구는 도쿄올림픽에서 미국과 일본에 패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남자 축구·야구에 비난이 쏟아졌다면 여자 배구 대표팀에는 연일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슈퍼스타 김연경의 존재감이 큰 데다 이번 대회는 그가 ‘마지막 올림픽’임을 예고했기에 더 많은 눈길이 쏠렸다.
당초 여자 배구 대표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4강과 8강에 연거푸 진출했던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대회에 비해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기량이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국가들을 상대해야 했다. 올림픽에 앞서 주축 전력들이 부상과 불미스런 일로 하차하는 악재를 맞기도 했다.
대회 전까지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14위였다. 브라질(3위), 케냐(24위), 도미니카공화국(6위), 일본(5위), 세르비아(13위) 등이 같은 조에 편성돼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조별리그 2승으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다행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도미니카, 일본 등을 차례로 꺾고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며 8강에선 터키(4위)마저 격파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고 평가받는 강호들을 연이어 잡아낸 것이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승리에는 두텁지 않은 선수층에도 모든 선수가 '한 팀'으로 뭉쳐 '해보자'는 투혼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