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무직 남성 “여자들이 날 바보 취급” 승객 9명 덮쳐…체포 뒤 “못 죽여 유감” 충격
사건은 8월 6일 오후 8시 반경, 퇴근길 전철 안에서 일어났다. 전철에 타고 있던 쓰시마가 20cm 남짓한 흉기를 꺼내더니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먼저 20대 여대생의 등 부위와 가슴 등을 찔렀고, 주위에 있던 9명의 승객들을 차례차례 덮쳤다.
7곳이나 찔린 여대생은 중상을 입었으며, 나머지 9명은 경상으로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에 의하면 “전동차가 긴급 정차하자 범인이 휴대폰과 흉기를 내던지고 선로를 따라 도주했다”고 한다. 흉기 난동 외에도 쓰시마는 전동차 내에서 식용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방화를 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쓰시마는 사고 현장에서 6km가량 떨어진 편의점에서 체포됐다. 체포 직전, 쓰시마는 편의점 직원에게 “지금 뉴스에 나오는 사건의 범인이다. 도주하는 데 지쳤다”라면서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쓰시마를 체포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나만 불행하다” 경악할 범행 동기
쓰시마는 경찰 조사에서 “행복해 보이는 여성을 보면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좋았다. 칼로 실패하면 전동차 안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일 생각이었다”며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대학 시절 여자들이 나를 바보 취급했다” “데이트 앱에서도 여자들에게 거절당했다” 등등 여성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반복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이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우도(牛刀·소 잡는 칼)를 구입해 자살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우도는 이번 범행에 흉기로 사용됐다.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쓰시마는 주오대 이공학부를 중퇴한 뒤 학교교재 운반과 공장 근무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무직 상태로, 수개월 전부터 생활보호를 받아오고 있었다고 한다. 관계자는 “용의자가 줄곧 ‘거지 같은 인생. 나만 불행하다’며 처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전철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찌른 이유를 묻자, 쓰시마는 “나와 대조적으로 “성공한 여성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었고, 특히 잘나가는 여성을 보면 죽이고 싶은 감정이 싹텄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일인 6일 낮에는 수입 식료품점에서 베이컨과 안주 등을 훔치다가 여성 점원에게 발각된 사실도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정청취를 한 뒤 자택으로 돌려보냈는데, 쓰시마는 “여기에 앙심을 품게 됐다”고 진술했다. “해당 여성 점원을 습격하려고 했으나 가게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전철 칼부림을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후지TV 뉴스 네트워크(FNN)에 따르면 “쓰시마는 ‘도망칠 곳이 없고 대량으로 죽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급행 전철을 노렸다’ ‘살해하지 못해 유감이지만 승객들이 도망치는 광경을 보고 흡족했다’는 등의 충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매체는 “평소 여성을 향한 일그러진 감정과 열등감이 폭발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월세 26만 원 원룸에 살던 용의자
쓰시마는 가와사키 시내의 원룸에서 혼자 산 것으로 전해진다. 월세는 2만 5000엔(약 26만 원). 옆집에 사는 주민은 “트러블 같은 건 없었다.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범행 5일 전에는 자택에서 작은 화재 소동도 빚어졌다. 지난 8월 1일, 쓰시마 집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인근 주민이 소방서에 신고했다.
당시 쓰시마는 달려온 소방대원들에게 “괜찮으니 그만 돌아가 달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신고자는 “집에서 연기가 나는데도 쓰시마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면서 “식용유에 불이 붙어 조금 태운 것뿐이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돌아봤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개월 전부터 쓰시마가 생활보호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일본에서 열차 내 흉기 난동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6월 도카이도 신칸센 전동차 안에서 한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도끼를 휘둘러 승객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당시 범인은 범행 대상에 대해 “누구라도 좋았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제대로 포장하지 않은 흉기의 차량 내 반입을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 7월부터는 ‘승객의 수하물 검사를 허용’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다만, 올림픽 같은 대규모 이벤트가 있을 시 주요 터미널역과 신칸센 역으로 한정하는 운용책이었기 때문에 이번 전철 내 흉기난동 사건은 막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용객이 많은 전철역에서 수하물 검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테러 담당 경찰 관계자는 “무차별 칼부림 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헛스윙’이라도 괜찮으니 망설이지 말고 역무원이나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당부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혹시라도 위험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무리하게 흉기를 뺏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범인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이므로 평소보다 힘이 셀 수 있다는 것. 거리를 두고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는 “다른 승객의 피해를 막기 위해 ‘칼을 들었다’고 외치면서 달아나기”를 권했다. 습격 받을 땐 가방이나 우산 등 소지품을 내세워 대항하고, “최대한 흉기가 닿지 않도록 팔을 뻗어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다나하시 야스후미 국가공안위원장은 “열차 내 다수 승객을 대상으로 한 지극히 흉악하고 악질적인 사건”이라며 “동기와 배경,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는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철도 사업자와 관련 기관과의 제휴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나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