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개요 투명 공개 및 특수 청소·액막이…리노베이션 후 되팔면 가격하락률 평균 5% 불과
요코하마에 위치한 부동산회사 마크스는 2019년 4월, 사고물건 전문 중개사이트 ‘죠부쓰(성불)부동산’을 오픈했다. 집에 얽힌 사정을 숨기지 않고 공개해 주택 매입자나 임차인과의 계약 분쟁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 택지건물거래업법에 따르면, 심리적 하자가 있는 물건의 경우 ‘부동산업체 측이 적절한 고지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업체마다 독자적인 룰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사고 후 10년 정도 지났다든지 사고 후 이미 누군가 살고 있다면, 고객에게 과거의 사고 정보를 고지하지 않는 곳이 많다. 그렇게 쉬쉬 감춘 채 계약이 성사됐다가 입주자들이 과거사를 알게 돼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반면 성불부동산은 ‘어떠한 사정으로 빈집이 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 건축연월, 건물면적 등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과거 발생한 사고 개요를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무덤이나 화장터가 가까운 물건 △공용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물건 △발견까지 72시간 미만의 고독사 물건 △발견까지 72시간 이상의 고독사 물건 △화재나 사고로 사람이 사망한 일이 있는 물건 △자살사고가 있었던 물건 △살인사건이 발생한 물건 등이다. 이는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는 순으로 구분한 것이라고 한다.
성불부동산을 설립한 하나하라 고지 사장은 “고객에게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픈함으로써 관련 부동산 거래를 활발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고물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밸류업(가치상향)을 하겠다”는 의지다.
그에 따르면, 성불부동산이 직접 매입한 물건은 모두 절에 공양을 하거나 신사에 액막이를 의뢰하고 있다. 이유는 유령이 출몰해서가 아니라, 사원들이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또한 고객이 안심하고 집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성불 인정서’라는 것도 발행하고 있다. 특수청소와 항바이러스 및 항균 처리, 불제(액막이) 등을 실시했다는 일종의 보증서다. “인정서 덕분에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고객의 목소리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가장 조심스러운 물건은 역시나 ‘살인사건 현장’이다. 하나하라 사장은 한 주택에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장남이 차남을 살해한 잔혹 사건이었다. 어머니는 사라진 차남을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고, 반년 만에 차남의 시신이 집 마루 밑 땅속에서 발견됐다. 이후 8년 정도 빈집으로 방치됐는데, 모친이 세상을 뜨자 딸이 “집을 처분하고 싶다”며 상담을 해왔다. 하나하라 사장은 “혹여 ‘집에서 악취가 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흙 속에 시신이 묻혀있던 터라 생각보다 부패냄새가 없었다”며 “재생작업이 비교적 편했다”고 돌아봤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이라고 해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건 아니다. 해당 집은 주변 시세보다 50% 저렴한 가격에 팔렸다. 일반적으로 자살사고가 발생한 집의 매매가는 주변 시세 대비 70% 수준, 살인사건의 경우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하나하라 사장에 의하면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고독사나 자살과 같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가격이 싸진 물건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거주지를 찾는 고객 가운데서도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며 가격적인 부분을 우선시하기도 한다. 건축연도가 오래됐거나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멀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처럼 사고물건도 그러한 조건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다만 어떤 사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꼼꼼히 살피려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성불부동산에는 약 230건의 사고물건 정보가 게재돼 있다. 고독사가 40%, 자살이 40%, 그 외가 20%다. 사고물건을 매입·임대하려는 사람들은 주로 고령자나 젊은 독신 층이 많다. 요컨대 집에서 발생한 사고보다 재정적 할인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다. 하나하라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나 주택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게도 이러한 유형의 주택이 영리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 “향후 관련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내다봤다.
주간문춘 보도에 의하면 “하나하라 씨는 원래 대기업 샐러리맨이었다”고 한다. 2016년 사표를 내고 차린 것이 부동산회사 ‘마크스’. 어느 날 ‘혼자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을 팔아달라’는 상담을 계기로 고독사와 부동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몇 가지 조사를 한 그는 ‘일본인의 20% 정도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18년 발표한 장래추계를 보면, 2040년경 65세 이상 남성의 독거율은 14.0%에서 20.8%로, 65세 이상 여성의 독거율은 21.8%에서 24.5%로 늘어날 전망이다. 바꿔 말해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에서의 고독사가 지금보다도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고독사 사고물건을 유통시키는 공급망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소유주들이 대부분 빈집으로 방치하거나 부동산업체들이 쉬쉬하기 때문이다. 집에 얽힌 사정을 제쳐두고 매입하려는 사람들조차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나하라 사장은 사고물건을 전면에 배치하고 고객에게 심리적 하자 요소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사고물건의 매입 및 매각의 중개수수료가 수익의 기둥이다. 사고물건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집을 청소·소독하고, 액막이를 하기도 한다. 여기에 새로운 수익원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11월부터 사고물건을 매입, 리노베이션해서 되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3개의 매물을 판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의 사고물건은 시세보다 평균 20% 저렴하게 팔리지만, 성불부동산에서 판매한 물건은 전략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가격하락률이 평균 5%에 그친다.
하나하라 사장은 “부동산 가격은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사고물건의 유통 가능성을 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사고물건 유통을 촉진하고 매칭하는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