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일방적 연기 ‘경영권 지키기냐 제3자 매각이냐’…법조계 “남양 계약 파기 어려울 것”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는 지난 7월 30일 임시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비롯해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과 김성주·배민규 한앤컴퍼니 전무 등 신규이사 선임 건을 처리하고, 임시주총 직후 주식매매대금 지급 절차를 끝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당일 오전 공시를 통해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임시주총을 6주 뒤인 오는 9월 14일로 연기했다.
남양유업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연기에 인수인 측인 한앤컴퍼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앤컴퍼니는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매도인은 협의는 물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임시주총을 연기했다”며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거래종결 장소에 이 시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인 바, 한앤컴퍼니로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홍원식 전 회장 측은 일방적인 연기 이후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공시를 통해 밝혔다”며 “회사에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홍 전 회장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앤컴퍼니는 오는 9월로 연기된 임시주총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최대한 차질 없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홍원식 전 회장이 계약금 10% 수준의 위약금(이행보증금)을 물고 계약을 파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가를 더 높게 부르는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경영권 유지 등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를 둘러싼 논란 등 여러 악재를 겪다 지난 4월 ‘불가리스 사태’로 파국을 맞았다. 관계당국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경찰에 고발하고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홍원식 전 회장은 지난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와 함께 경영권 매각을 발표했다. 홍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녀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2.63%를 3107억 2916만 원에 인수키로 했다. 주당 가격은 매매계약 체결일이던 지난 5월 27일 종가 43만 9000원 기준 1.8배에 해당하는 82만 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86.8%로,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거래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20~30%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급매각이 결정된 만큼 일각에서는 ‘헐값매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너리스크로 남양유업 주가가 저평가돼 주가가 자산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 지난 3월 말 기준 남양유업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57배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남양유업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장부가격만 해도 3693억 3075만 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36억 958만 원이다. 토지와 건물의 기초 순장부금액은 각각 669억 9096만 원, 1622억 9095만 원이다. 실제 보유 부동산 가치를 감안하면 남양유업 자산가치가 매각가 3100억 원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남양유업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금양흥업과 음료 제조업을 영위하는 건강한사람들을 두고 있다. 금양흥업은 2016년 완공된 강남 소재의 남양유업 사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양흥업의 유형자산 장부 가격은 509억 8612만 원이다.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 현황을 살펴보면 장부금액은 43억 원이지만, 공시지가는 453억 원에 달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홍원식 전 회장이 위약금 등을 물고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 법적 다툼에서 승산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는 매매계약 해지 가능성에 대해 “계약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계약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개인의 변심인지라 남양유업 내부에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면서도 “애초에 홍 전 회장이 계약을 파기하고 제3자 매각이나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방법이 있었더라면 무작정 임시주총 연기를 공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홍 전 회장의 계약 해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앤컴퍼니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등 사전절차를 완료하고 지난 7월 30일 예정돼 있던 주식매매대금 지급 준비도 완료하는 등 ‘계약 이행에 착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M&A 거래의 경우 애초에 '반드시 지켜질 것'을 전제로 맺어지는 것이어서 해약금 규정이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면서도 “(해약금 규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해약금에 의한 해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565조 해약금 규정에는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거래가 오너 일가의 일방적인 변심으로 무산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다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계약 종결이 연기되자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자는 “남양유업 홍 회장의 경영권 매각 계약이행을 촉구한다”며 “남양유업이 아닌 홍 씨 일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