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요청 땐 검찰 판단 받아야, 불기소 결정은 가능? 검찰 생각은 달라…공소심의위 소집 가능성
#조 교육감 반발에 신중한 카드
4개월 전 공수처의 1호 사건 선정 및 수사 개시 시점부터 혐의를 부인해 온 조희연 교육감. 조 교육감은 8월 10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33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직무상 권한을 남용한 적이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 공수처는 해직교사 특별채용이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내용이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왔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최종 수사결과 판단을 위해 조 교육감의 진술 조서 및 압수수색 때 확보한 자료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최종 수사결과 발표 전 공소심의위원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 안팎에서는 공소심의위 개최를 확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소심의위는 공수처의 공소 기능 전반을 검토·심의를 하는 자문기구로, 10명 이상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인데, 공수처는 수사 종결 직전 공소심의위를 소집해 공소 여부에 대한 외부 의견을 청취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결과를 따를지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 공소심의위의 결론을 공수처가 따라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공수처가 ‘신중한 결정’을 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회의 소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의 반발이 그만큼 상당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판사 출신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우도할계(牛刀割鷄), 공수처는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는 권력기관 부패와 비리가 아닌 해직교사 복직 문제를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올린 건 교육계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중대범죄도 아니며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 교육감 해직교사 채용의 건에 대해 별스럽게 인지수사를 한다고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했다. 공수처의 칼날이 정작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엄청난 죄, 뭉개기를 한 죄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1호 사건을 진보 계열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겠지만, 반발이 생각보다 강하니 ‘외부 의견도 고려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고 명분 삼으려는 공소심의위 소집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불기소면 갈등 불가피
공소심의위를 거쳐 기소하기로 공수처가 결정을 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일단 검찰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현행법상 공수처가 직접 조희연 교육감을 기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뿐으로, 조 교육감의 기소 여부는 검찰의 몫이다. 때문에 공수처는 검찰에 기소를 해달라는 내용의 ‘공소제기 요구결정서’를 송부해야 한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28조 1항에 따른 것인데, 검찰은 공수처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다시 검토에 나선다. 담당부서에 사건을 배당하고, 공수처 판단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공수처 1호 사건부터 공수처가 검찰의 채점을 받아야 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문제는 공수처가 불기소를 결정했을 경우다. 앞선 사례가 없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면 검찰과 공수처 사이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공수처는 ‘기소는 검찰이 하더라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수사를 종결할 때에는 공수처 스스로 판단해 종결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27조에 ‘(공수)처장은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하여 불기소 결정을 하는 때에는 해당 범죄의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범죄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토대로 공수처에 모든 사건에 관해 불기소 결정권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없는 대상의 범죄 혐의 사건의 경우 공수처에 직접 무혐의 처분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미 자체적으로 해석 및 판단을 끝내고, 공수처와의 협의에서도 이를 기준 삼겠다는 계획이다. 서로 ‘내 권한’이라고 싸우는 통에, 협의가 원활하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월 29일 실무진 협의에서 사건 이첩 기준 등에 관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지 못했다.
조 교육감에 대해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을 할 경우, 이를 계기로 공수처와 검찰 사이의 갈등이 제대로 표출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만에 하나, 검찰이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놓고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자체적으로 추가 수사에 나서려고 하거나, 수사 지휘로 비치는 행동을 할 경우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은 봉합이 불가능한 지점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검찰 고위직 관계자는 “공수처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기더라도 검찰이 기소권이 있는 수사 대상에 대해 공수처의 판단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는 검찰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곧이곧대로 ‘기소를 대행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기 때문에 검찰이 어떤 조치도 가능하고, 그럴 경우 공수처는 반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여러 근거를 만들어 두려고 공수처도 준비할 것이고 공소심의위 소집은 이 같은 방법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