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프로그램 집중, 피츠버그 4연전 마지막 경기로 선발 복귀…메이저 선발 생활 롱런 기로
지난 4월과 6월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던 김광현이 지난 8월 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등판을 마치고 다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당시 김광현은 “시카고 컵스전(7월 23일)부터 팔꿈치에 조금 통증이 있었다. 감기에 걸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주사 치료를 받으면서 세 번째 부상자명단에 오른 것이다.
이후 김광현은 8월 20일 세인트루이스에서 500km 떨어져 있는 멤피스까지 직접 운전해서 이동 후 트리플A 재활 경기에 등판 2이닝 34구를 소화했다. 다시 500km를 운전해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온 김광현은 25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홈경기에 불펜 투수로 나와 2⅔이닝 46개의 공을 던졌다. 13일 만의 빅리그 로스터 복귀였다. 원래 자리인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김광현이 등판한 건 이미 예상된 부분이었다.
김광현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사이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은 5인 체제를 구축했다. 애덤 웨인라이트-J.A.햅-존 레스터에다 부상에서 회복한 잭 플래허티-마일스 미콜라스가 돌아왔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김광현이 선발로 복귀하는 걸 준비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재활할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불펜으로 등판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지만 5인 선발 로테이션을 형성한 상태에서 김광현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김광현은 구단의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선발 투수가 선발로 뛰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구단의 상황을 외면하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 시즌을 끝으로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이 마무리되고 FA(자유계약) 시장에 나서는 김광현으로선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건강함, 건재함을 확인시켜줘야 했다. 주사 치료 후 팔꿈치에 전혀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부턴 재활 프로그램에 집중했고, 실전 경기를 위해 500km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트리플 A팀이 있는 멤피스로 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5일 디트로이트전에서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⅔이닝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성적으로 인상적인 복귀전을 치른 김광현에게 이후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팀 에이스 잭 플래허티가 25일 선발 등판에서 3회 오른쪽 어깨 긴장 증세로 강판당했고, 다시 부상자명단에 올랐는데 잭 플래허티의 대체자로 김광현이 낙점되면서 8월 30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 것이다.
김광현에게 이번 등판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 결과가 좋다면 계속 선발로 역할을 이어가겠지만 반대의 경우 다시 불펜으로 내려갈 수 있다. FA를 앞두고 있는 김광현으로선 선발 투수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긴 야구 인생을 영위하려면 선발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여곡절의 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광현에게 9월 한 달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승부처’가 될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