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면세점 영업중단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사옥 매각액 포함 보유현금 2485억으로 경영 정상화 시동
#하나투어 사옥 매각 뒷이야기
여행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한 대표적 업종이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적지 않은 여행사가 폐업했고, 업계 1위인 하나투어도 실적 급감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매출은 2019년 7632억 원에서 2020년 1096억 원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9억 원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2186억 원의 적자를 거둔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85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하나투어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362.44%에서 2020년 말 461.20%로 늘었고, 올해 6월 말에는 무려 1546.10%까지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하나투어의 완전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당장 현금이 급한 하나투어는 보유 자산을 하나 둘 매각했다. 올해 2월 2일에는 서울시 종로구 사옥 저층부(지하 1층~지상 6층)를 시티코어디엠씨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사옥 저층부는 하나투어 소유, 상층부(지상 7층~지상 12층)는 이화자산운용 소유였다. 상층부는 하나투어가 임대 형식으로 입주해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저층부는 하나투어 계열사인 SM면세점이 사용했지만 2020년 3월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면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SM면세점 영업 중단 후 하나투어가 사무실 및 창고 용도로 저층부를 사용하고 있다.
사옥 저층부 매각 공시 6일 후인 지난 2월 8일, 하나투어는 돌연 사옥 매각 일정이 취소됐다고 재공시했다. 하나투어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시티코어디엠씨는 건물을 통째로 인수하기를 원했지만 이화자산운용이 매각을 원치 않아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사자들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티코어디엠씨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가 퇴사해 자세한 이야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화자산운용 관계자 역시 “자산운용과 관련된 내용은 설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당장 현금이 급한 하나투어는 개별 협상에서 공개 입찰 방식으로 사옥 매각을 재추진했다. 그 결과 키움자산운용이 운영하는 펀드 키움코어랜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호가 지난 8월 27일 사옥 저층부를 인수했다. 매각액은 1170억 원으로 시티코어디엠씨가 제시했던 가격인 940억 원보다 230억 원 높다. 종로구 중심가라는 좋은 위치 덕에 적지 않은 업체가 인수 의사를 보였고, 마침 올해 부동산 가격도 급상승한 것이 하나투어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하나투어가 사옥을 매각한 후 본사 사무실을 이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기준 하나투어의 총 직원은 2500명이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192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인원이 줄어든 만큼 현재와 같은 사무실 규모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SM면세점 영업이 중단됐기 때문에 굳이 종로구 중심가에 사무실을 둘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무실 이전 계획은 없다”며 “이화자산운용과의 임대 계약이 꽤 남았고, 계약 만료 후에도 어떻게 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키움 측은 건물 활용 방안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사 사옥으로 활용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시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용도와 관련해서는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현금 마련한 하나투어, 사업 재개 시동 거나
하나투어는 사옥 매각 외에도 티마크호텔 매각, SM면세점 영업 중단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버티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하나투어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50억 원이다. 8월에 받은 티마크호텔 매각 잔금 665억 원과 사옥 매각액 1170억 원을 합치면 보유 현금은 2485억 원으로 늘어난다.
2020년 2186억 원의 적자를 거둔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버틸 체력을 비축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쓰일 현금이 만만치 않다. 하나투어는 오는 10월 전 직원의 정상근무를 목표로 하고 있다. 9월까지는 정부가 휴직 중인 여행사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지원금을 지원하지만 10월부터는 하나투어 자체적으로 직원 임금을 줘야 한다.
또 여행상품을 출시하거나 준비하는 데에도 현금이 필요하다. 앞서 지난 5월, 하나투어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하와이, 몰디브 등을 여행하는 상품으로 ‘위드 코로나19’ 시대 맞춤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영국, 싱가포르 등 위드 코로나19를 선언하는 국가가 하나둘 늘고 있다.
대부분 여행사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하나투어는 사옥 등 자산을 매각해 그나마 사용 가능한 현금이 있다. 하나투어 내부에서도 최근 조달한 현금을 바탕으로 각종 여행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리오픈에 대비한 인력 충원으로 3분기 300억~400억 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며 2022년까지 추가적인 자금조달 없이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진입장벽이 낮은 여행 산업 특성상 승자독식 가능성은 낮지만 회복 초기에는 하나투어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변수가 적지 않아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례로 최근 델타 변이가 급증하면서 업계 2위 모두투어는 추석연휴에 운항할 예정이었던 사이판 전세기를 취소했다.
앞서의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연말부터 항공권 예약률도 높아지고 있고, 유학생의 개별 여행객도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이에 맞는 서비스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