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점 해결사’ 충암고 외야수 김동헌의 독특한 이력 살펴보니
2017년 8월 18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에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1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였다. 2대 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한국의 3회 공격이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한 소년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은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한국의 주장이자 3번 타자 포수 김동헌의 투런 홈런이었다.
김동헌의 홈런으로 공격에 물꼬를 튼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이후 홈런 3방을 추가하며 도미니카공화국에 10대 1 대승을 거뒀다. 이날 수훈 선수로 꼽힌 김동헌은 외신 취재진이 자리한 인터뷰 행사에서 “팀배팅을 하려했는데 공이 멀리 갔다”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홈런 소감이었다.
중학교 1학년생 소년이었던 김동헌은 2017년 미국 스포츠채널 ESPN 전파를 타며 ‘리틀야구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파워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김동헌이 홈런을 치자 아버지 김덕수 씨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미국 현지에서도 적잖은 화제가 됐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주장은 세계 무대에서 눈도장을 찍은 뒤 잠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2021년 8월 22일 공주 시립야구장에선 충암고와 라온고의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이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충암고 3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의 고교 2학년생 타자는 바로 4년 전 리틀야구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동헌이었다. 김동헌은 4년 전 그날처럼 방망이를 세차게 휘둘렀다. 김동헌 방망이에 맞은 공은 좌중간을 꿰뚫었다. 누상에 있던 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3타점 싹쓸이 2루타였다.
김동헌의 선취 3타점 적시타 이후 승기를 잡은 충암고는 10대 4로 라온고를 꺾고 31년 만에 대통령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한방으로 자신감을 찾은 김동헌은 청룡기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김동헌은 청룡기 8강에서 라온고와 리턴매치에서 1회말 주자 2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다시 한번 선취타점을 올렸다. 중요한 길목마다 선취점으로 팀 기세를 끌어 올리는 분위기 메이커로 성장한 김동헌이다.
5일 열릴 청룡기 결승을 앞둔 김동헌은 결연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동헌은 “홈런을 치면 좋겠지만, 홈런을 위한 타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리틀야구 대표팀에 있을 때처럼 팀배팅을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동헌은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경기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야구를 하다 보면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이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