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장소에 정근우가 이성열의 은퇴를 기념하는 케이크를 들고 깜짝 출현했다. 전혀 예고되지 않은 등장이라 기자는 물론 이성열도 크게 놀랐다. 이성열의 등번호 50과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안경을 쓴 채 방망이를 든 이성열의 모습, 그리고 그라운드까지 케이크 안에 야구선수 이성열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했다. 정근우는 ‘성열이의 인생은 앞으로도 만루홈런!’이라는 기념 메시지까지 남겼다.
이성열은 한화에서 술 마실 때마다 정근우에게 자주 전화했다고 말한다.
“야구가 잘 안 될 때 혼자 집에서 술 한잔한 다음 형에게 전화하곤 했다. 그 전화는 형이 은퇴한 지금도 계속됐다. 그럴 때마다 잘 받아주시더라. 네가 고생 많다면서. 내가 유일하게 술 먹고 전화할 수 있는 선배가 근우 형이다.”
정근우는 후배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도 성열이와 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이유로 고민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성열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마치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 오늘도 힘들었구나, 그래서 한잔 마셨구나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정근우가 이성열에게 묻는다. 은퇴 결정하고 나서 혼자 운 적이 있는지. 이성열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형도 은퇴 결정하고 운 것처럼 나도 혼자 있을 때 울었다”고 대답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