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평행선’ 고민 끝에 짝바지 패션 선보여…10년 뒤 남편 손잡고 여행하는 모습 그려져
“우리 가수들은 방송 출연 등도 좋지만 자신의 무대에 '찐팬'을 모셔놓고 큰 공연장에서 모든 역량을 보여드리는 게 최고의 목표입니다.” 지난 7월 문희옥과 전속계약을 맺은 글로벌더원방송의 이해용 대표는 그녀가 캐럴, 폴카에서 오페라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기를 원할 정도로 의욕이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문희옥은 강원도 태백의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 인근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하지만 서울에 일찍 올라와 자랐다. 그녀가 음악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은광여고 시절 봄소풍 장기자랑에서였다.
“그때 주현미의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불렀는데, 친구들이 웅성거리고 급기야 교감 선생님께서 ‘야 저 녀석 가수 하면 참 좋겠다’며 상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바람이 들어가서 공부가 안 됐어요.”
그러다 우연치 않게 전문가를 만나 1~2년의 트레이닝을 받고 1987년 ‘팔도 사투리’ 노래를 내며 ‘여고생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길보드'까지 합치면 판매된 음반이 1000만 장에 달했을 거라고.
서울예대 실용음악학과 1기생으로 들어간 그녀는 작곡가 고 길옥윤 선생에게 수업을 받았다. 이후 ‘사랑의 거리’(1989) ‘강남 멋쟁이’(1990) ‘성은 김이요’(1991) 등으로 인기를 달렸다.
“‘성은 김이요’를 녹음하면서 엄청 울었어요. 당시 20대 초반인 제가 사랑을 알겠어요, 이별을 알겠어요. 감정이입이 안 되는 거예요. 몇 번 실패하다 녹음했는데 솔직히 20~30대는 그냥 가사를 부른 것 같고요. 이제 50대가 되니까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이 나려고 그래요.”
2019년 문희옥은 첫 디지털 싱글 앨범 ‘퍼스트 싱글’에서 그동안 불렀던 장르와는 다른 노래 ‘평행선’을 선보였다. 패션 또한 한 쪽은 반바지, 다른 쪽은 긴바지 차림으로 괴이했다.
“가녹음된 곡을 듣고 작곡가인 송강호 씨한테 전화를 했어요. 나는 정통 트롯 가수인데 댄스곡을 주면 어떡하느냐고 따졌어요. 그랬더니 그가 ‘희옥 씨 세상이 변했어요. 이제 조신한 모습에서 좀 벗어나서 시대에 맞게 댄스곡을 좀 하라’고 하는 거예요.”
문희옥은 처음엔 반바지만 입고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조신하게 차려입었던 그녀에겐 꽤나 어색했던지 자꾸 바짓단을 아래로 내리게 되더란다. 반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던 그녀의 모습을 본 어머니가 난리가 났다. 그래서 의상 디자이너와 ‘합의’를 본 게 한 쪽은 반바지 다른 쪽은 긴바지였다고.
문희옥의 가수 35년 인생에 탄탄대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결혼 후의 우여곡절과 후배 가수로부터의 소송 등 할 말은 많지만 아들 등 가족들 위해 묻어두고 있다고. 문희옥 역시 트롯 경연대회 관련해 트롯에 대한 국민의 사랑을 높였다면서도, 전통 트롯가수들이 멀게 걸어온 길에 대한 평가가 가려져 아쉽다고 했다.
지난 7월 소속사를 바꿔 봉사활동과 콘서트 준비로 바쁜 그녀는 모처럼 생기가 살아났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미래도 밝다. 10년 뒤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다.
“10년 뒤면 나이 60이 넘어가니 콘서트도 많이 해 어느 정도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다정하고 착한 남편의 손을 잡고 오솔길을 걷거나 하면서 여행하는 그런 모습이 좀 그려지는데요.”
이창희 기자 twin92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