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캠프부터 국민의힘까지 좌우 넘나들어…‘브랜드뉴파티’ 거짓 창당 의혹 휩싸이기도
2020년 2월. 제21대 총선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거대 정당들과 신규 군소정당들의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지던 시기다. 그 가운데 청년 정당 깃발을 전면에 내세웠던 브랜드뉴파티가 미래통합당에 전격 합류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브랜드뉴파티 대표가 주로 진보 진영에서 몸담아왔던 이력을 가진 까닭이었다. 바로 ‘고발 사주 의혹’을 뉴스버스에 제보한 조성은 씨다.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난 조 씨는 연세대학교 법학·생물학 학사를 취득한 뒤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치 DNA를 물려준 건 부친 조현국 변호사다. 17대 총선에 경북 구미갑 지역구에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인물이다. 조 씨가 정치권에 뛰어든 건 2014년 지방선거 때다. 천정배 전 의원이 조 씨를 영입했고, 조 씨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 간판을 교체한 뒤 친문과 비문 사이 계파 갈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결국 분당 사태를 맞이했다. 조 씨를 영입한 천 전 의원은 탈당한 뒤 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이때 조 씨도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정치 인생 첫 번째 이적이었다. 국민회의는 이후 국민의당과 합당했다. 2021년 현 시점 존재하는 국민의당과는 그 궤가 다른 정당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해 비문계 민주 인사들이 힘을 합쳤다.
조 씨는 국민의당에 합류해 20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민의당에서 조 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은 한솥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8년 국민의당도 분당의 위기를 맞았다. 2018년 2월 박지원 국정원장을 필두로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국민의당을 나와 민주평화당을 창당했다. 조 씨는 박 원장과 함께 민주평화당으로 적을 옮겼다. 민주평화당에서 조 씨는 부대변인 직을 맡았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조 씨는 박 원장과 소셜미디어 포스트에 댓글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씨는 2019년 6월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일성 역시 독립운동에 관한 한 민족 결속을 위한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승만만큼, 혹은 어떤 면에선 이승만보다 월등한 부분도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것 가지고 나를 빨갱이 어쩌고 하면 모자란 인간일 것”이라고 밝혀 논란 중심에 선 바 있다.
조 씨는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자체적으로 창당을 준비했다. 브랜드뉴파티였다. 청년 정당을 표방한 브랜드뉴파티는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했지만 창당엔 실패했다. 창당에 실패한 브랜드뉴파티는 세 불리기에 나선 미래통합당 눈에 띄었다. 2020년 2월 16일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회에서 “청년 중도를 표방하는 브랜드뉴파티, 청년 정당 ‘같이 오름’, 정책 정당 ‘젊은 보수’ 3개 정당이 통합당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브랜드뉴파티가 미래통합당과 한 배를 탄 뒤 조 씨는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 직함을 달았다. 그는 “진보 진영에 환멸을 느낀다”며 미래통합당 합류 배경을 밝혔다. 4월엔 미래통합당 텔레그램 n번방 근절대책 TF위원회를 김웅 의원(당시 후보자), 김상교 버닝썬 제보자 등과 함께 구성했다.
2020년 5월엔 일요신문 단독 보도로 브랜드뉴파티 가짜 당원 명부 논란이 불거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브랜드뉴파티 당원 명단에 대구·경북 지역 월남전 참전 유공자 1122명이 포함돼 있었다(관련기사 [단독] 총선 전 미래통합당 합류 ‘브랜드뉴파티’ 거짓 창당 의혹). 해당 명단엔 사망자도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거짓 창당 의혹이었다.
조 씨는 2020년 6월부터 당내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엔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의힘 행보에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그러던 중 언론매체 뉴스버스에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기까지가 34세 청년 정치인 조 씨의 이력이다. 조 씨가 거쳤던 정당만 나열해도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국민회의, 국민의당, 민주평화당, 브랜드뉴파티(창당준비위원회),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8개다. 소속 정당 변천사를 살펴보면 이력 자체가 좌충우돌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조 씨에 대해 “사실상 정치적인 색채를 띤 인물이라기보다, 어린 나이부터 줄서기를 통해 명성을 쌓는 전형적인 ‘정치 나그네’의 행보로 보인다”면서 “어린 나이부터 소속 정당의 컬러가 뒤죽박죽 섞이게 되면 ‘철새’라는 비판을 받거나 ‘정치 스파이’로 취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이슈 전면에 나선 조 씨가 향후 제도권 정치로 다시 편입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서 “어쩌면 고발 사주 의혹으로 시작된 일련의 논란은 조 씨 본인에게도 생존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