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압수수색 불구 유의미한 증거 못찾아…‘장모 사건 검찰 동원’ 등 쟁점 확대 속 특검 필요성도
처음 불거졌던 고발 사주 의혹은 수사가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입증이 어렵다’고 입장을 정리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제대로 된 압수물품을 확보하지 못했다. 손준성 검사의 PC와 제보자 조성은 씨의 휴대폰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핵심적인 자료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증하고 책임을 묻기 어려울수록 논란이 다양화되는 전형적인 사건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수처에서조차 나오는 ‘신중론’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한 공수처는 일단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김 의원에게 받은 여권 인사 고발장 파일 등의 최초 발신자를 손준성 검사로 보고 있다. 텔레그램은 전달 파일의 최초 발신자를 의미하는 자동생성 문구가 형성되는데, ‘뉴스버스’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캡처 파일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작 의혹도 제기되지만, 공수처는 조작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보낸 게 맞다 해도 공소장 파일까지 손준성 검사가 작성했다고 볼 수는 없다. 손 검사가 누군가한테 받은 파일을 본인 스마트폰 등에 다운 받아서 검토한 뒤 이를 다시 보냈을 경우 손 검사는 ‘고발장 작성자’가 아니게 된다. 공수처는 이를 입증해야만 한다.
문제는 현재 이 지점의 수사 관련 자료는 대검찰청 손에 있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은 손 검사가 사용했던 PC 등을 확보해 포렌식을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3개월마다 PC를 초기화하는 규정 때문에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추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한동수 감찰부장이 2주째 감찰 조사를 지휘하면서도 수사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당초 대검 감찰부와 합동 감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접었는데, ‘윤석열 전 총장’까지 연결하려면 손준성 검사의 작성 여부를 확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실제 대검은 “손 검사에게 실명 판결문 유출 정황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만 가능하고, 고발장 작성 및 지시로 손 검사와 윤 전 총장을 수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고 한다. 공수처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앞으로는 수사 템포가 느려질 수도 있다”고 시사했는데 대외적으로는 압수물품 분석 등을 이유로 삼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이고 ‘수사결과’를 고려한 행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제보자부터 김웅, 손준성 등 서로 다른 말이 많은 사건이지만 진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사건”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어설픈 사건을 건드려서 논란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차라리 사건을 들추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는 법조인들의 본능적 판단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넓어지는 쟁점들
자연스레 제보자인 조성은 씨에 대한 의혹들이 불거졌다. 조 씨는 9월 12일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제보와 보도 등) 날짜와 기간 때문에 저에게 어떤 프레임 씌우기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박 원장)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 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났던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박 원장이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곧바로 논란은 확산됐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졌는데, 박지원 원장은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 윤 전 총장은 총장 시절 저하고도 술 많이 마시지 않았느냐”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따로 만나 술을 마신 적도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도 없다. 나에 대해 아는데 말 못하는 게 있으면 다 까고 이왕 까는 거 빨리 좀 다 털어놨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9월 13일 조 씨와 박지원 원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정치중립의 의무가 있는데, 조 씨의 발언과 두 사람의 친분을 고려할 때 박지원 원장이 조 씨의 첫 보도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조 씨는 8월 11일 서울의 한 고급호텔 식당에서 박 원장을 만나는 등 꾸준히 교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수처 수사가 불가피해진 지점이기도 하다.
맞불 카드를 꺼내든 윤 전 총장에게 이후 다시 ‘가족 일에 검찰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검찰청이 2020년 3월 성남 도촌동 부동산과 정대택 씨 사건, 의료법 위반과 양평 오피스텔 사기 사건 등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씨 관련 이슈를 다룬 3장의 파일이 공개된 것. 특히 최 씨와 오랫동안 법정 다툼을 벌인 정대택 씨에 대해서는 판결 내용과 혐의 사실 등을 별도의 표로 정리했는데, 최 씨는 피해자나 투자자로 표현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이 파일들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김오수 검찰총장은 실제 내부에서 문건이 작성됐는지 등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 측은 “문건을 보고 받은 바 없고, 문건 작성 경위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문건의 출처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이른바 ‘검찰 사유화 의혹’으로 이슈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전형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입증하기 어려우니까 이슈를 더 확장하기 위해 다른 논란들이 발생하는 시궁창으로 끝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특검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특검과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검찰이나 공수처는 ‘봐주기다’, ‘억지 기소다’라는 평을 들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차라리 국회가 의견을 모아 특검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