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엄지 척! 장르물로 세계 제패 노리는 K드라마

국산 크리처·서바이벌·SF 등 전세계 흥행 돌풍…‘우리 학교는’ ‘지옥’ 등도 글로벌 홈런 대기중

[일요신문]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점령하더니 방탄소년단(BTS)은 신곡 1위 등극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만큼 '빌보드'를 장악해 버렸다. 영화와 가요 분야가 두드러지는 상황이지만 한류의 시작점에는 K드라마가 있다. ‘겨울연가’가 일본을 휩쓸었고 ‘대장금’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 후 다소 주춤했던 K드라마는 넷플릭스라는 전세계적인 유통망을 만나고 나서 확실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넷플릭스를 타고 일본을 점령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오징어게임’이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 자리에 올랐다.

9월 1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한국 차트에 이어 미국과 일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데일리 순위 차트 ‘오늘의 톱10’의 미국 순위에서 한국 드라마가 1위에 오른 것은 ‘오징어게임’ 최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의 위세가 심상치 않다. ‘킹덤’ 시리즈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월드와이드 흥행력은 2020년 12월에 공개된 ‘스위트홈’을 통해 제대로 입증됐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스위트홈’은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순위에서 3위까지 오르며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미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렇지만 미국 시장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일본과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최고의 자리를 굳힌 K드라마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도 통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를 살펴보면 장르에 따라 흥행 성적이 달라지곤 한다. 물론 장르와 무관하게 좋은 드라마는 세계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만 각국의 선호 장르가 다른 만큼 흥행 성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8월 27일 공개된 ‘D.P.’의 경우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며 일본과 아시아권에서도 고루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군대 문화를 다룬 K드라마라는 한계 때문인지 미국이나 서구권에서의 흥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회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간수업’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미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일본에서는 멜로 장르가 잘 통한다.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폭발적인 한류 열풍을 재연했으며 지난 3월 공개된 ‘좋아하면 울리는’도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크리처 장르가 잘 통한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장르이기도 한데 ‘스위트홈’이 크리처 장르에 도전해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스위트홈’은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화제가 됐을 정도다. 좀비물도 크리처 장르에 포함되는데 이런 까닭에 ‘킹덤:아신전’은 넷플릭스 영화부문에서 세계 2위에 올랐다. 역시 좀비 영화인 ‘살아있다’는 넷플릭스 영화부문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고요의 바다’는 SF 장르 드라마로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공유, 배두나, 이준이 주연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만큼 ‘오징어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크리처 장르가 아닌 서바이벌 장르지만 선혈이 낭자하고 잔인한 드라마라는 부분에서 유사점이 많다. 게다가 서바이벌 장르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D.P.’만큼의 완성도만 갖추고 있다면 미국과 일본 등 세계무대에서 엄청난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라는 기본 설정은 사실 대다수의 서바이벌 장르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얼마나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으로 긴장감 넘치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9월 17일 비로소 상자가 열렸다. 넷플릭스 한국 순위에 이어 미국과 일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데일리 순위 차트 ‘오늘의 Top 10’의 미국 순위에서 한국 드라마가 1위에 오른 것은 ‘오징어게임’이 최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의 세계 각국에서 1위에 등극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 국가들에서도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탄탄한 경쟁작인 ‘Sex Education(성 교육)’과 치열한 1위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SF물도 미국 등 서구권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는 장르다. 극장 개봉용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영화 ‘승리호’는 한국에선 드문 SF 장르 영화였는데 결국 넷플릭스 영화부문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런 흐름은 드라마로도 전달돼 ‘고요의 바다’로 이어질 예정이다. 필수 자원 고갈로 황폐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SF 장르 드라마로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공유 배두나 이준이 주연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물이다. 이재규 감독과 천성일 작가 조합의 드라마라 더욱 기대가 크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말 즈음 공개 예정인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물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도시 속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윤찬영, 박지후, 조이현, 로몬, 유인수 등 신예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이재규 감독과 천성일 작가 조합의 드라마라 더욱 기대가 크다. 크리처물인 만큼 ‘스위트홈’의 영광을 재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등 탄탄한 출연진의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하는 지옥의 사자들을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이 갑작스런 지옥행 선고를 받으며 겪게 되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드라마로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부산행’ ‘반도’ ‘방법: 재차의’ 등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여 온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장르 역시 그냥 ‘연상호 표’로 구분하는 게 적절할 정도로 이번에도 독창적인 작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옥’도 2021년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