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기반 ‘섹트’ ‘BDSM’ 혼재, 기존 텔레그램 사건들과는 달라…경찰은 ‘가스라이팅’에 주목
지난 9월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틀 동안 30명이랑 성관계 시켜 성노예 만들어 초대남 부르는 (트위터: **)을 강력처벌과 신상공개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9월 23일 기준 청원 참여인원은 2만 3673명이다. ‘트위터 닉네임 **’를 ‘제2의 조주빈’이라고 규정한 청원인은 “팔로어만 8만 6000명에 이르는 유명 트위터 계정의 소유자가 수많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청원글은 8월 29일 트위터 이용자 A 씨가 자신의 계정에 올린 ‘제2의 조주빈 **을 감방에 X 넣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기반으로 한다. A 씨는 이 게시물에서 “그 사람 한 명 때문에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전파되는 건 확실해서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고 폭로의 이유를 밝혔다. A 씨의 폭로에 의하면 닉네임 ‘**’는 7월 11일 여성 2명을 호텔로 초대해 모임을 가졌고 이곳에서 마신 술병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다음 모임에 또 봅시다”라며 자랑하듯 공개했다. 심지어 여성 1명을 불러 주말 동안 30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시켰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7월 18일 모임에 여성들을 불러 5명의 초대남과 성관계를 시키고 화대로 25만 원을 받았다며 성매매 알선 혐의도 제기했다. 당시 영상 촬영이 이뤄졌으며 그 영상들을 피해자에게 보냈다고도 한다. A 씨는 폭로 게시물에서 “이건 성향이 아니라 범죄”라고 지적했다.
A 씨의 폭로 게시물을 바탕으로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섹트란 자신의 신체 일부 혹은 성관계 영상 등을 찍어 트위터 등에 올리는 것을 말하며 ‘일탈계’, ‘살색계’ 등의 은어로 불리기도 하는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이 만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사를 통한 강력 처벌과 신상 공개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8월 말 A 씨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폭로 게시글을 올리며 시작된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공론화됐고, 이에 경찰은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했다. 9월 17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4일 박 아무개 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며, 박 씨가 2021년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 동안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성 착취 영상 100여 개를 올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를 1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법원도 바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은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경찰은 구속 사유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적시했다.
그렇게 박 씨의 정체가 공개됐다. 박 씨는 국민청원에 오른 ‘트위터 닉네임 **’의 장본인으로, 닉네임은 ‘마왕’이다. 여성 성 착취 영상 100여 개를 트위터에 올린 마왕은 팔로어가 8만 6000여 명이나 된다. 8월 말 마왕에 대한 A 씨의 폭로 후 9월 3일 국민청원에 청원이 올라오자 마왕은 돌연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다. 그렇지만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에 돌입한 경찰이 14일 서울 모처에서 박 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박 씨를 ‘제2의 조주빈’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성 착취 영상을 매개로 한 범죄이기는 하지만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섹트’ 관련 범죄이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선 이상성욕자들이 모이는 BDSM(가학·피학 성애) 커뮤니티 관련 범죄로 보이기도 한다.
모호한 부분은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폭로된 일들을 합의에 의한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피해자들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씨는 평소 자신이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른 여성들을 골라서 접근해 재력을 과시하며 마음을 열게 한 뒤 성 착취에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착취에 동원된 여성들은 박 씨를 ‘주인님’이라고 불렀으며, 박 씨는 그런 여성들에게 번호를 매겨 노예처럼 부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 착취 영상 촬영 등 박 씨의 행위에 다른 남성들이 참가비를 내고 가담하기도 했다. 이런 행태를 놓고 볼 때 박 씨의 성 착취 범죄가 심각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 여성들이 합의에 의한 일들이었다고 주장할 경우 수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경찰은 이런 상황을 박 씨의 가스라이팅으로 보고 있다. 박 씨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방식으로 성 착취 등의 범죄 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확보한 영상과 대화 내역 등을 통해 수사를 이어가는 경찰은 참가비를 내고 성 착취 촬영에 가담한 남성들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