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여행사 속속 정상 가동, ‘안전 최우선’ 동선 최소화 연박 상품 내놔…‘재기’ 여부 갈림길
#한 나라‧연박‧자연이 좋아
국내 대표 패키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구조조정 이후 10월 1일부로 다시 전 직원을 출근시키기 시작했고, 모두투어도 구조조정을 일단락하고 ‘사이판 39만 9000원’ 특가를 시작으로 재개 신호탄을 울렸다.
한진관광도 10월 대체휴일을 활용한 ‘스위스·프랑스 일주’ 상품을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출발시켰다. 해외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혜초여행사는 ‘스위스‧프랑스 3대 미봉 12일’ 상품을 출발시켰고, 교원KRT도 KRT여행사 인수 후 처음으로 스페인 일주 상품을, 롯데관광은 스위스 일주 상품을 각각 출발시켰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라면 사람이 북적대거나 쉽게 부딪힐 수 있는 유명 관광지를 바쁘게 찾아다니는 일정 대신 되도록 한 장소에서 여유 있게 머물며 연박 하는 상품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힐링을 하거나 산악지대를 트레킹하는 일정도 여행사와 소비자 모두가 선호하는 일정이 됐다.
같은 EU(유럽연합)라고 해도 국가별 입국 정책과 방역지침,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달라 여행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국가 수는 줄이고 한 국가 내에서 여러 도시를 여행하거나 한 도시에서도 2~3일 머물면서 쉬는 일정이 유리하다.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과 위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숙박도 방역 상황이 좋은 호텔에서 최대한 여러 날을 머무는 것이 접촉을 줄여 더 안전하다. 여행사들은 호텔과 식당 이용, 관광지 방문, 이동 동선 등에서 일단 방역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일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입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특징상 주어진 일정 안에서 최대한 많은 장소를 다니는 일정이 더 인기 있었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엔 위험을 감수하고 여러 곳을 다니기보다는 안전한 곳에서의 연박을 더 선호하게 됐다. ‘빨리빨리’와 ‘여기저기’를 선호하며 ‘찍고찍고’ 다녔던 그동안의 한국 패키지 여행이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점차 ‘슬로’ ‘네이처’ ‘디테일’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패키지 여행사 재기할까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며 혼자나 삼삼오오 여행을 떠나기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일정 조율이 여러모로 어렵고 불편한 데다 안전에 대한 적지 않은 위험 요소도 생겼다. 사실상 지금은 패키지 여행사를 통해야 하는 여행이 대부분이고 아예 여행사를 통해야만 입국이 가능한 나라도 있다. 여행자는 백신 접종 증명서, PCR 음성확인서, 보건패스 등의 서류를 늘 소지해야 하고 국가나 일정에 따라선 중간 중간 현지 병원에서 PCR 검사도 받아야 한다. 현지 호텔과 식당 이용 시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고, 각국 방역 상황에 따라 변수도 많아 자유 여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의 자유 여행이 어려워진 이런 상황이 패키지 여행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스카이스캐너,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의 공세 속에 침체기에 빠졌던 패키지 여행사들에겐 재기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어 사용이 자유롭고 해외 경험이 많은 젊은 층을 위주로 패키지 상품은 ‘어르신들이나 가는 여행’이나 ‘부모님과 함께 가는 여행’ 정도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선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여행사에게는 주 수익원이었지만 ‘진짜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에게는 장애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쇼핑과 옵션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에서 자연스럽게 축소되거나 사라지면서 패키지 여행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상황이 패키지 여행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일정 대신 위드 코로나 상황에 맞춘 새로운 일정과 동선이 필요하게 됐다. 단체 여행객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될 것이고 소규모 단체를 위한 좀 더 디테일하고 안전하면서도 해외여행의 맛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좀 더 창의적인 일정이 필요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존에 주로 박리다매와 쇼핑·옵션으로 수익을 냈던 ‘유통’ 중심의 패키지 상품 대신 현지 여행사와의 조율을 통해 직접 ‘안전한’ 여행 상품을 만들거나 최소한 현지 여행사에 모두 일임하지 않고 상품 일정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여행사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현지 병원과의 연계와 방역 상황 악화 시 ‘플랜B’ 등으로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여행사의 역량도 중요해졌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