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공작기계’ 현금 필요한 인수기업에 배당금 털릴 우려…적자전환 예상 ‘HSD엔진’ 일감 확보 고민도
두산공작기계는 사정이 다르다. 두산공작기계는 옛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으로 2016년 4월 법인으로 분리된 후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1조 1300억 원에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했고, 지난 8월 디티알오토모티브에 재매각했다. 재매각 가격은 2조 4000억 원으로 MBK파트너스는 배당금을 포함한 총 투자수익률이 원금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기업으로 편입 절차를 밟고 있는 두산공작기계 임직원들의 분위기는 MBK파트너스와 같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작기계와 연관 없는 자본이 인수"
두산공작기계 내부적으로 디티알오토모티브가 마련한 인수대금 2조 4000억 원 대부분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는 만큼 막대한 배당을 받아갈 것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디티알오토모티브는 2017년 동아타이어가 분할해 설립된 기업이다. 창업자인 김만수 동아타이어공업 회장이 아들 김상헌 디티알오토모티브 사장에게 기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회사를 분할한 것.
디티알오토모티브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239억 원, 영업이익 714억 원을 기록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1677억 원, 영업이익 196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연결 기준으로 1676억 원에 그친다. 지배구조도 아직 확고하지 않다. 무엇보다 디티알오토모티브가 보유한 동아타이어 지분이 12.66%밖에 되지 않는다. 지분 추가 확보가 절실한 상황으로 두산공작기계 인수대금 상환까지 감안하면 디티알오토모티브는 막대한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두산공작기계 한 직원은 “(디티알오토모티브는) 내부적으로도 뒤숭숭할 텐데 이 상황에서 외부 자금으로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라며 “디티알오토모티브는 두산공작기계 인수 과정에서 끌어온 대출 이자 상환, 동아타이어에 대한 지분율 확대를 위해 배당 빼가기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기계 산업도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한창 투자해야 할 시점에 중견기업으로 오너가 바뀌었으니 조직원들이 뒤숭숭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두산공작기계 노동조합 관계자는 “또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차입경영에 노동자들이 무엇을 기대해야 하나”라며 “문재인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사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작기계 국내 1위 사업장인 두산공작기계에서 사모펀드가 투자금액의 몇 배를 챙겨가고, 공작기계와 연관 없는 자본이 인수한다는데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NICE신용평가는 디티알오토모티브 기업어음(CP)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NICE신용평가는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금으로 신규 조달할 것으로 보여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 재무안정성 지표가 급격히 저하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과중한 차입금 보유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잉여현금 창출력이 둔화돼 가시적인 차입금 감축 등 재무부담 완화에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티알오토모티브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을 인수금융 대표 주선사로 선정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약 4%대의 금리로 최대 1조 3000억 원의 인수금융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금액은 디티알오토모티브의 회사채 발행과 추가 은행 대출, 단기금융시장 조달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디티알오토모티브는 회사채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티알오토모티브는 지난 1일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면 2000억 원을 증액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약 400억 원을 모집하는 데 그쳐 주관사들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옛 HSD엔진, 계속되는 가시밭길
두산공작기계 외에 중견기업으로 매각된 두산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선박 엔진 제조업체 HSD엔진(옛 두산엔진)이다. 두산그룹은 2018년 3월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사모펀드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HSD엔진을 매각했다.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초 두산그룹의 다른 계열사 모트롤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겉으로 드러난 HSD엔진 인수자일 뿐, 실제 인수자는 조선기자재 업체 인화정공이다. 인화정공은 해당 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한 최대주주이고, HSD엔진 지분 5.36%를 직접 매수하기도 했다. 인화정공은 단계적으로 HSD엔진 지분을 늘려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HSD엔진은 2018~2019년 적자를 기록했다가 2020년에 매출 8300억 원, 영업이익 200억 원을 거둬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올해 매출은 6000억 원대로 후퇴하고 영업이익 부문도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HSD엔진은 1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도 284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조선사들의 수주가 늘어나고 있어 HSD엔진 실적도 내년부터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 결합 심사가 변수다. HSD엔진의 매출 30%는 대우조선해양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이 완료되면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에 엔진 제작을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 HSD엔진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중국 조선사 등 외부 일감을 개척해야만 한다. HSD엔진 측도 내부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의식하고 있으며 거래처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작 기계 수요가 있을 때 현대위아에 의뢰하듯이 계열사를 통한 매출은 안정적인 지원 사격이 된다”며 “중견기업에 매각되면 이 같은 특수를 누릴 수 없는 데다 임금과 복지 수준을 놓고도 모회사와 대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