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박 특검 인척 이 씨에게 100억 전달 드러나 파문…그 돈은 유동규에 8억 건넨 토목업체 대표 나 씨 품으로
#이 씨와 지스마트글로벌의 관계는?
김만배 씨로부터 100억 원을 받은 이 씨는 범양해운과 현대건설에 재직한 회사원 출신이다. 그는 2014년 지스마트글로벌 이사로 합류했고, 2015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지스마트글로벌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스마트글로벌은 이미지센서 관련 업체로 이 씨가 대표로 취임한 2015년 매출 471억 원, 영업이익 81억 원을 기록했고, 2년 후인 2017년에는 매출 962억 원, 영업이익 213억 원을 거뒀다. 호실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0년 매출 124억 원, 영업손실 63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회사로 전락했다.
이 씨는 2001년 분양대행사 ‘더감’을 설립해 현재도 더감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더감은 과거 부산광역시 해운대 두산위브 제니스, 해운대 현대 아이파크 등을 분양하면서 '해운대 돌풍'을 일으킨 곳이다. 언뜻 봐서 이 씨의 주요 경력인 분양대행과 이미지센서 업체인 지스마트글로벌의 연관성은 찾기 힘들다. 지스마트글로벌은 이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할 당시 “이 씨는 건설·분양 업계에서의 능력을 지스마트글로벌 영업에서 발휘해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켰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대표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스마트글로벌 대표로 재직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더감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더감의 단기차입금은 총 26억 2400만 원이었다. 이 중 14억 4000만 원은 지스마트(당시 지스마트글로벌 모회사·현 글람)로부터 빌렸고, 지스마트 계열사인 유림아이엔씨에게도 1억 원을 빌렸다.
지스마트와 유림아이엔씨는 5.0%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줬지만 비슷한 시기 신한은행은 더감에 5.66%의 이자율로 1억 2200만 원을 대출해줬다. 지스마트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이자로 더감에 대출을 해준 셈이다. 2018년 말 별도 기준 지스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억 원이 채 되지 않아 14억 원은 나름 큰돈이었다.
지스마트글로벌과 더감의 대표가 같을 뿐, 두 회사가 지분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 씨 개인 회사를 위해 지스마트를 활용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지스마트와 지스마트글로벌은 2018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했고, 지스마트는 2019년 초 지스마트글로벌 경영권을 제이에스홀딩컴퍼니에 매각했다. 일요신문은 당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스마트(글람)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고, 이메일도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더감 역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이후 자세한 재무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더감의 감사를 맡은 정진세림회계법인은 “감사 절차 실시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 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박영수 전 특검과 이 씨의 관계 살펴보니
더감은 화천대유가 시행사를 맡은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의 독점 분양권을 얻었다. 최근 화천대유 고문이었던 박영수 전 특검과 이 씨가 인척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흘러나온다.
김만배 씨와 박영수 전 특검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만배 씨 측은 지난 10월 3일 입장문을 통해 “사업과 관련해 이 씨 요청으로 100억 원을 빌려준 것은 맞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박영수 전 특검 역시 “이 씨는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라며 “김만배 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의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특검이 2014년 1월 지스마트글로벌 사외이사로 선임된 기록 때문에 이 씨와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이 뒤따른다. 박 전 특검은 사외이사 선임 한 달 후인 2014년 2월 ‘일신상의 사유’로 퇴임했고, 또 한 달 후인 2014년 3월 이 씨가 지스마트글로벌 이사로 취임했다. 또 박 전 특검의 아들이 과거 이 씨가 대표로 있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목업체 대표 나 씨에게 100억 원 전달 미스터리
관심을 끄는 건 100억 원의 최종 목적지다. 이 씨는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100억 원을 나 아무개 씨에게 전달했다. 나 씨는 토목 업체 K 사 대표이사로 대장동 토목 사업권을 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 씨는 사업권 획득을 위해 분양대행을 맡았던 이 씨 측에 20억 원을 건넸지만 결과적으로 사업권을 얻지 못했다. 이에 이 씨가 나 씨에게 100억 원을 돌려준 것이다.
토목 사업권을 제공하지 못했더라도 20억 원을 받고 100억 원을 준 이 씨의 결정에 대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일요신문은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더감 관계자는 “이 씨가 부재중인 관계로 답변이 어렵다”고 했고, K 사 관계자는 “담당자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한 후 연락을 주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지난 10월 13일 더감 사무실을 찾았지만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나 씨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설계자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가 같은 회사의 지분을 각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나 씨는 세화아이엠씨(현 다이나믹디자인) 지분 4.92%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남욱 변호사도 세화아이엠씨 지분 2.04%를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 씨와 남 변호사는 같은 날인 2020년 5월 27일 케이제이인베스트먼트로부터 세화아이엠씨 지분을 매입했다. 뿐만 아니라 케이제이인베스트먼트는 지난 9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엔에스제이홀딩스(옛 천화동인 4호)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C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나 씨가 이전부터 대장동 사업 관련한 주요 인물들과 친분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8억 3000만 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10월 11일 나 씨를 소환해 이 씨로부터 100억 원을 받은 이유와 유 전 본부장에게 8억 3000만 원을 건넨 경위·목적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관계로 자세한 조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