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 장기화로 갤럭시 Z시리즈 출고 지연…주력 생산 D램은 수요 줄고 공급 늘어 주가 악영향
IM 부문은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 ‘3세대 갤럭시 Z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반등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스마트폰 공급을 늘리지 못하면서 사업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DS 부문도 상황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공급은 늘어나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다. 연이은 악재로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스마트폰 흥행에 찬물 끼얹는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출하량 기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3%로 애플(점유율 15%)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분기 점유율은 19%로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2위 샤오미(17%)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흥행하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상승한 것이다. 지난 2분기 3위에 그쳤던 애플도 샤오미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카날리스는 신제품 아이폰13 시리즈가 초기 흥행에 성공한 덕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흥행몰이를 이어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신제품 출고가 4~5주일가량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출시가 예상됐던 ‘갤럭시S21 펜에디션(FE)’은 아직 공개되지도 않았다. 카날리스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지난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 2분기 대비 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우려는 수개월 전부터 나왔다. 지난 7월,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반도체 부족이 맥과 아이패드 공급에 주로 영향을 미쳤다”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 부문 사장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IT 업계에서 반도체 관련 부품들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2분기에 문제가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도체 공급난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제조 시설을 설립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므로 당장의 공급난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시설이 완공된 후에도 발주에서 납품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 업체의 90%가 부품난을 겪으면서 하반기 제품 출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경우 새로운 팹(반도체 공장) 라인의 낮은 수율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AMD의 리사 수 CEO는 지난 9월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반도체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이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업계가 완전히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퀄컴 AP를 공급받는 삼성전자에도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AP가 탑재된다. 삼성전자의 차기작 갤럭시 S21 FE에도 같은 AP가 탑재될 예정이다. 퀄컴의 리드타임(주문 후 조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주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에 주문을 넣으면 7~8개월 후에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동진 사장은 위기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IM 부문 매출은 2019년 107조 원에서 2020년 99조 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갤럭시 위기론이 나오자 고동진 사장은 지난 4월 경영진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기도 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IM 부문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초호황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연간 기준 IM 부문의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D램 가격 우려에 삼성전자 주가 저평가
삼성전자 DS 부문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PC, 스마트폰 등 IT 업계의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모바일 D램 수요 증가율이 15%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로 예상되는 올해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13 생산 목표량을 1000만 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주요 매출처로 아이폰13 공급량이 줄면 삼성전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급량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평택 2라인을 중심으로 내년 D램 공급량을 19.6%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삼성전자 주력 상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거래 가격은 전분기 대비 각각 3~8%, 0~5% 하락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해 D램 평균 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5~2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 매출 72조 8578억 원 중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55조 5442억 원으로 76.2%에 달했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 중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0%,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면서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월 11일 9만 1000원을 기록한 후 줄곧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10월 12일에는 7만 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올해 초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 원 이상으로 예상한 증권사들은 최근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D램 가격 우려로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된 국면이고 당분간 주가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내년 1분기 D램 가격 동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