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 불확실성 탓, 총수 일가 지분 매각 영향은 미미…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를 보자.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8309만 주를 상속받은 홍라희 전 관장이 이번에 처분하기로 한 주식은 1994만여 주로 피상속분의 24%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공탁한 2412만 주와 질권 등을 통해 대출에 활용된 2243만 주를 합하면 총 보유분의 48.5%가 차입에 활용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상속 받은 5539만 주 가운데 584만여 주를 공탁한 것이 전부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각각 피상속분의 28%, 47.7%를 공탁했을 뿐이다. 홍 전 관장이 신탁으로 시가 1400억여 원어치인 1994만 주를 매각하더라도 현재 약 60억 주(지분율 21.15%)에 달하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지배력에는 영향이 미미하다.
삼성전자 지배회사인 삼성물산은 이건희 전 회장 보유 물량이 많지 않았다. 이 부회장 등 3남매는 상속세 납부를 전제로 기존 보유지분 대부분을 공탁했다. 기존의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금융부분 지배구조 정점인 삼성생명은 이서현 이사장이 상속받은 692만 주 가운데 346만 주를 처분신탁으로 내놓은 것 외에는 매도 물량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10.44%)에 이어 개인 2대 주주(6.92%)인 이부진 사장은 상속받은 1383만 주 전량을 공탁했을 뿐이다.
지난 10월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 원선이 무너졌다. 프로그램 매물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공매도 물량도 상당하다. 내년 4월까지 처분할 수 있는 총수 일가 처분신탁 물량 부담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신증권은 이날 2022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71조 원에서 53조 원으로 한꺼번에 25.6%나 내려 잡았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트레이딩 바이(Trading Buy)’로, 목표 주가를 10만 원에서 8만 2000원으로 내렸다. 총수일가 동향보다는 내년도 실적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지금의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보유지분 처분이 제한적인 만큼 여전히 총수 일가에게는 배당수익이 중요하다. 3분기까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7조 75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 배당성향을 보면 2018년 21.9%, 2019년 44.7%, 특별배당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78%였다. 올해 삼성전자 실적은 영업이익 59조 원, 순이익 44조 원이던 2018년과 비슷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수준의 배당성향만 유지하더라도 주당 배당금이 2400원을 넘을 수 있다.
내년 실적이 부진하다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배당 등 주주환원을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특별배당이 있었던 지난해 수준의 주당배당이 이뤄지면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받게 될 보통주 배당은 약 8200억 원가량이다. 2019년 수준 배당이면 액수가 75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올해부터는 상속세도 내야 하지만, 올 상반기 세금 납부를 위해 빌린 차입금 이자도 갚아야 한다. 지난해 못지않게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보여줬던 2018년, 삼성전자 주가는 연말까지 부진했다. 액면분할이 이뤄졌지만 오히려 차익실현 욕구만 자극했다. 2019년 말 4만 원도 안 되던 주가는 2020년 말 8만 1000원으로 치솟는다. 이번에도 주가 하락이 장기투자자에게는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배당수익 극대화는 덤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전방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의 기간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 연말부터는 ‘D램 업황 개선과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감’이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전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