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지인 협박’에서 작가·스태프 대거 교체설→제작사 “사실 X” 진화
11월 3일 '스폰서'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지훈과 그의 지인이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에게 욕설을 하며 트러블을 일으켰다는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스태프들의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한 스태프가 '출연배우가 촬영장에 지인과 함께 왔으며 이 지인에게 욕설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적극적으로 지인을 말리지 않았다고도 꼬집었다.
해당 스태프는 "배우라는 공인으로서 멋짐 폭발. 조직폭력배인지 동네 양아치님이신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 모시고 와서 협박을 하시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다행히 저만 들은 게 아니고 필요시 증언해준다 하시네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배우 본인께서는 (지인을) 말렸다 하시는데 눈으로 '왜 날 건드렸어?' 하는 느낌이 저만 받은 게 아니고, 이 또한 증언해 주실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덧붙였다. 이 배우가 이지훈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스폰서' 제작진 측은 "이지훈 배우와 그의 지인이 '스폰서' 촬영장에서 한 스태프와 마찰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이지훈 배우는 좀 더 현명하고 성숙하게 처신하지 못해 지인과 스태프가 마찰이 생긴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전해왔다. 현재 당사자분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타는 상황"이라며 상황을 진화 시키려는 입장을 취했다.
11월 4일 '스폰서'의 원래 극본을 맡았던 박계형 작가가 등판한다. '스폰서'로 제목이 변경되기 전 '욕망'을 집필했던 박 작가는 YTN Star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지훈이 분량을 문제 삼아 제작사에 불만을 여러 차례 토로했으며 이로 인해 저를 포함한 스태프 절반이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주인공인데 롤이 적다는 것을 제작사에 어필하면서 박 작가를 포함해 감독,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 스태프들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 박 작가 측의 주장이다. 이지훈의 요구에 맞춰 대본을 전부 바꾸었고 기존에 촬영했던 촬영분도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폰서'의 연출은 당초 곽기원 감독과 박계형 작가에서 이철 감독과 한희정 작가로 변경됐다.
이에 '스폰서' 제작진 측은 "이지훈으로 인해 박계형 작가와 스태프 절반이 교체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배우가 제작진을 교체하고 자신의 분량에 이의가 있어 작가까지 교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박계형 작가의 일방적인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박 작가가 하차한 것은 "캐릭터 설정 관련 부분과 주인공이 한 회당 4신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으나 박 작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임의로 진행했기 때문에 합의 하에 박 작가의 집필을 중지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지훈을 배제한 채 제작사 측이 작가의 대본에 직접 관여하려다 갈등을 빚었다는 말이 된다.
이처럼 새롭게 불거진 제작사와 연출진 사이의의 갈등 상황에 눈길이 모이는 것은 3년 전 한 드라마의 모습과 겹쳐보인 탓이 커 보인다. 2018년 박해진과 나나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 '사자' 역시 비슷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사자'와 '스폰서'의 제작사는 모두 '드라마 명가'로 불리는 빅토리콘텐츠다.
'사자'의 경우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2018년 1월부터 촬영을 시작한 '사자'는 그해 5월 연출을 맡았던 장태유 PD와 제작사 사이의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제작사는 장 PD가 정해진 예산을 초과하는 요구를 했으며 작가를 교체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비췄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PD는 미스터리 SF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CG와 특수효과 장면이 필요해 과학적 특수세트와 특수소품을 요구했으나 제작사 측이 일방적으로 세트의 핵심 부분을 삭제해 왔다고 반박했다. 또 작가 교체 부분에서도 제작사가 지정한 작가팀이 PD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대본을 집필했으며, 제작사가 대본에 간섭해 수정하면서 흐름을 이상하게 만들었기에 요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제작사 측이 연출료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장 PD가 대신 스태프들의 비용을 지급했다고도 폭로했다.
이처럼 제작사와 연출진 간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주연이었던 나나와 박해진 역시 촬영을 중단하고 계약을 해지했으며, 작품은 결국 제작 파행 수순을 밟아야 했다.
이후 2년 동안 드라마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빅토리콘텐츠는 올해 초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으로 건재함을 알렸었다. 비록 주연 배우의 학폭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신속한 대처로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평을 받았으며 작품 자체도 준수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 부진을 만회할 파트너로 빅토리콘텐츠는 iHQ를 선택했다. 자체 채널을 개국한 iHQ와 함께 콘텐츠 공급 및 수익 통로를 확보하는 한편 추가 투자를 바탕으로 양질의 작품을 내놓겠다는 계산이다. 그 첫 스타트로 계획했던 개국 특집 드라마 '스폰서'는 오는 11월 29일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주연 배우의 갑질 논란과 더불어 연출진과의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출항하기 전부터 암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