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 수사 김오수 판단 절대적 “좌우 균형 맞춘 원칙 수사 할듯”
자연스레 법조계는 김오수 검찰총장을 주목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대선 후보를 직접 겨눴고 단순히 검사 한두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오수 총장과 가까운 이들은 “윤석열 후보로 확정된 것이 오히려 ‘좌우를 맞춰 가는 수사’를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에 대해 최대한 원칙적으로 수사해 논란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변수는 산적하다. 각종 논란들은 물론, 끊임없이 나오는 지지율 조사는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모두에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변수다. 당장 김오수 총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 관련 대검 대변인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승인한 점으로 비판받고 있다.
#대변인 공용 휴대폰 논란
언론 대응을 맡은 검사들의 최대 화두는 대검찰청 감찰부의 전·현직 대변인들 공용 휴대전화 압수다. 그동안 기자들과의 통화기록이나 대화 등이 모두 포렌식 대상이 됐는데, 이를 김오수 검찰총장이 승인했다.
한동수 부장이 이끄는 대검 감찰부 3과는 10월 29일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및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해 대변인의 업무용 공용폰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해 포렌식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변인이었던 권순정, 이창수 검사에게는 사실을 알리거나 포렌식 과정 참여 기회를 주지 않았다가 비판을 받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감찰부는 사전에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 참관 없이 이뤄진 점 △전직 검찰총장 시절 대변인을 한 검사들에 대한 사찰 성격이 있는 포렌식인 점 등이 검사들로부터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인선 대변인은 감찰부가 전임 대변인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본인이 연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감찰부가 이를 거절했다. 결국 권순정 전 대변인은 “대변인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하고, 대변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몰래 포렌식을 한 감찰부의 조치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고 비판했다.
익명의 한 검사는 “대변인이 일을 하면서 불법을 저질렀다면 수사를 받을 수도 있지만, 만일 김오수 총장이 본인 관련 지시가 담겨있는 부분까지 포렌식 대상이었다면 그렇게 흔쾌히 응했겠느냐”며 “검찰총장으로 검사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당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 측도 즉각 반발했다. 윤석열 캠프는 11월 7일 “(검찰이) 윤석열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라며 “대검과 공수처의 불법적이고 추악한 관권선거”라고 비판했다.
#공정한 판단 가능할까
문제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판단이 좌우하는 사건이 산적하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 주가조작 사건 등이 남아 있다. 최근 윤 후보의 장모 최 아무개 씨 모해위증 재수사는 대검 승인을 거쳐 불기소 처분했다. 또한 이재명 후보도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대장동 의혹 관련 배임 의혹 사건이, 수원지검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사건이 진행 중이다.
수사팀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는 사실관계도 중요하지만 김오수 총장을 비롯, 검찰 수뇌부의 판단이 결국 절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사건 수사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유력 대통령 후보 두 명에 대한 수사는 대검찰청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챙기는 사건으로, 이런 사건은 구속영장 청구 결정도 총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할 만큼 실시간에 가깝게 보고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며 “수사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모두 지는 게 검찰총장이기 때문이고, 당연히 검찰총장은 정치적인 판단도 고려해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김오수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김 총장은 정치적으로 좌우 균형을 잘 잡는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정치적인 눈치를 많이 본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오히려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점이 이재명 후보 관련 수사를 할 때 ‘원칙대로 하라’는 지시를 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수사만 강도 높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인 사건 수사 참여 '손사래'
다만 검사들로부터 아직 제대로 된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한 점은 변수다. 특히 특정 사건을 수사했다는 것 자체가 커리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감을 확산시킨 점은 오히려 김오수 체제 하에 검찰 수사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으로까지 이어진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서울고검에서 진행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 수사팀에 대한 감찰이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PC 등을 은닉한 혐의를 받았던 증권사 직원 김경록 씨로부터 “조국 사건 수사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받아, 이를 대검에 넘겼다.
김 씨는 범죄행위를 자백하게 된 경위에 검사들의 회유가 있었다는 등 수사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서울고검 감찰부는 최근 대검 감찰부로부터 과거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편향 수사’를 했는지를 확인 중이다. 다수의 검사들이 반발하는 대목이다.
앞선 특수수사 경험 많은 검사는 “수사를 하다보면 확실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수사협조에 대한 약간의 호의를 제공하는 것은 특수수사를 한 김오수 총장이라면 더더욱 잘 알 것 아니냐”며 “잘 알만한 총장이 조국 전 장관 등 여권 인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가만히 있는데, 누가 정치인 관련 수사에 적극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대선 결과에 따라 김오수 총장의 검찰이 ‘승자 위주의 판단’을 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5년 뒤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익명의 한 검사는 “대장동 사건은 물론, 윤석열 후보 배우자 관련 사건 등은 내년 3월 대선 뒤가 아니라 6년 뒤 차차기 대선 때까지 거론될 것”이라며 “지금 수사팀에 참여한 이들이 그때까지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수사팀에 참여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검사를 본 적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