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코리아’ 출연한 이재명 “아수라·말죽거리 둘 다 봤다”…윤석열·심상정도 ‘인턴기자 주현영’ 인터뷰
#예능 출연으로 비호감 이미지 정면돌파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서민 이미지’를 강조한다. 국민을 이해하고,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려는 전략이다. 이번 대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로 압축되며 소위 ‘0선 대선’이라 불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국회의원을 한 차례도 지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선출직 정치인으로 검증된 바가 없는 ‘정치 신인’인 터라 두 사람 모두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쇄신에 힘을 주고 있다.
게다가 평소 ‘스트롱맨’ 이미지가 강한 이 후보와 검찰 출신인 윤 후보 모두 과거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 대중적 반감이 큰 편이다. 심지어 ‘비호감 대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웃음을 담보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그들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전략으로 손꼽힌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이 후보와 경선을 치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월과 10월 순차적으로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다. 뒤늦게 인기가 오른 홍준표 의원은 TV조선 ‘와카남’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이후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택한 곳은 ‘SNL코리아’다. 앞선 대선에서 각각 ‘여의도 텔레토비’와 ‘프로듀스 101’ 등 정치 풍자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앞선 시리즈는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송됐지만 현재는 신규 OTT인 쿠팡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SNL코리아’는 정치 풍자가 사라진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정치권을 향해 예리한 비판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10월 초에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빗대 눈길을 모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시작되고 “첫 번째 게임은 증세(增稅)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다주택자는 탈락입니다”라고 하자 집문서를 들고 있는 이들이 쓰러지고, 이어 “두 번째 게임은 집값 올리기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무주택자는 탈락입니다”라고 하자 집 없는 이들이 쓰러졌다. 세 번째 게임과 네 번째 게임은 각각 ‘사회적 거리두기’와 ‘물가 인상’이었고, 결국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이 후보를 겨냥한 패러디도 있었다. 개그우먼 안영미는 배우 김부선의 흉내를 내며 “어, 재명 오빠? 나야 너무 감사하지. 난 오빠의 그런 점이 좋더라”는 대사를 했다. 김부선이 과거 이 후보와 교제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특정 부위에 ‘큰 점’이 있었다고 말한 것에 빗댄 것이다.
이 후보는 ‘SNL코리아’에 직접 출연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직은 능력보다는 의욕이 앞서는 2030을 대변하는 캐릭터인 ‘인턴기자 주현영’이 진행하는 ‘주기자가 간다’에서 그는 “휴가 때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아수라’ 중 하나만 본다면?”이라는 짓궂은 질문에 “둘 다 안 보고 싶다. 이미 둘 다 봤다. ‘아수라’가 더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윤석열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주기자가 간다’에 출연해 대답하기 힘든 질문에 다양한 답변을 내놨다. 주기자는 “그 답변은 좀 재미없었던 것 같다”고 2030 세대 특유의 가감 없는 리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도 당시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후보들이 ‘SNL코리아’에서 그들을 패러디한 인물들과 직접 만나는 깜짝 이벤트를 추진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보다 가까이서 소통하려는 시도다. 또한 다른 후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배제되면 주류에서 벗어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특정 프로그램에 더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30 표심이 대선 향방 가른다
올해 대선은 청년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후보들의 대결로 손꼽힌다. 각종 비리 의혹을 비롯해 설화에 휩싸이며 2030 세대에서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더 높다. 그래서 이들의 표심이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NL코리아’ 출연은 그런 행보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SNL코리아’가 방송되는 쿠팡플레이는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규 OTT다. ‘SNL코리아’가 첫 오리지널 콘텐츠다. 타 매체에 비해 노출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미 여러 코너를 통해 정치적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TV 매체에서 벗어나면서 공세 수위 역시 강해졌다는 반응도 적잖다.
하지만 ‘19금’ 등급을 달고 성역 없는 비판과 섹슈얼 코드까지 적절히 사용하는 ‘SNL코리아’는 2030 세대들에게는 ‘머스트 해브’ 콘텐츠로 꼽힌다. 게다가 인턴기자 주현영이 출연한 하이라이트 편집본은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가 1000만 뷰가 넘는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2030 세대는 아직은 서툴지만 무언가 해보기 위해 노력하다가 실수를 하는 인턴기자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시킨다. 방송 초반 20대 여성을 비하하는 캐릭터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던 것은, 이 캐릭터에 대한 2030의 관심도가 높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선배들의 소위 ‘꼰대짓’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씩 던지는 인턴기자의 모습은 여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선 후보들을 향해 2030 세대들의 마음을 대변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대선 후보들이 ‘집사부일체’를 일제히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우 이승기와 방송인 양세형, 김동현 등 2030세대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갈팡질팡하는 청춘들이 각 분야의 사부를 만난다’는 콘셉트다. 결국 대선 후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괜찮은 사부”라고 외치고 싶었던 셈이다.
이외에도 윤 후보와 함께 국민의힘 경선을 치른 유승민 후보가 딸과 함께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하는 것 또한 2030 세대를 겨냥한 행보였다고 볼 수 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