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핵심 김만배·남욱 구속, 유동규 배임 추가 기소…시행이익 ‘+α’ 배임 입증 법정공방 치열할 듯
11월 3일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됐고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0시 30분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김 씨와 남 변호사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정 변호사에 대해서는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비록 정 변호사의 구속 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김 씨와 남 변호사까지 신병을 확보하게 돼 검찰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동규 배임 혐의 추가 기소
10월 14일 김 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당시만 해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던 법원이 이번에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보름여의 기간 동안 검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전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김 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10월 18일 자진 귀국한 남 변호사를 체포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구속영장 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영학이 설계하고 축성한 성을 정영학과 검찰이 공격하고 있는데 제가 이걸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644억 원의 이익금을 챙겼지만 이번에 유일하게 구속영장 청구를 피했다. 아직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며 여러 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만 받았을 뿐이다.
문제는 법원이 검찰 수사로 소명됐다고 판단한 혐의의 정도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는 영역은 배임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10월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기소할 당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후수뢰(약속) 혐의만 적용했을 뿐 배임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10월 5일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 배임 혐의를 적시했던 것과는 달라진 행보였다. 그렇지만 검찰은 11월 1일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변호사의 구속영장에 이들이 유 전 본부장과 짜고 화천대유 측에 거액이 돌아가게 사업을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최소 651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을 유 전 본부장의 배임 공범으로 본 것이다.
또한 김 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 원의 뇌물을 약속한 뒤 회사 돈 5억 원을 빼돌려 건넨 혐의, 남 변호사는 회사 돈 35억 원을 빼돌려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가장해 정 변호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외에 김 씨는 지인 등을 직원으로 올려 4억 4000여 만 원을 급여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서 법원이 김 씨와 남 변호사의 뇌물 혐의는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배임까지 혐의가 소명됐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인지 여부인데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배임액 줄여가며 구속에는 성공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등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하게 배점을 조정하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도록 사업·주주협약 등 분배 구조를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수익만을 분배 받도록 하고 추가이익 환수를 배제하는 등 각종 특혜를 줘 화천대유 등이 최소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을 취하도록 만들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쳐 배임이라는 것.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검찰이 다시 배임 혐의를 꺼내 들며 액수를 대폭 축소했다는 점이다. 법원에서 기각된 김 씨의 첫 구속영장에는 ‘1163억 원+α’로 배임액이 적시됐고,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는 수천억 원으로 기재됐었다. 그렇지만 유 전 본부장을 추가기소 내용과 김 씨 등의 구속영장에는 배임 금액이 ‘651억 원+α’로 바뀌었다. 이번에 기재된 ‘651억 원+α’의 651억 원은 택지개발 배당이익인데 검찰은 여기에 시행이익(α)를 합치면 결국 배임액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자체 대장동TF 조사를 통해 발표한 배임액은 1793억 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651억 원+α’에 대해 중앙일보에서 “이익 추산 방식을 극히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일 뿐 아파트 분양이익 등은 수천억 원 상당의 ‘+α’로 열어뒀기 때문에 향후 법원에서 다툴 때 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배임액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까닭은 현재 당자사들의 이견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돼 김 씨와 남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검찰 수사는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검찰의 뇌물 혐의 관련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이 부분이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서도 혐의가 소명됐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것인지를 두고는 여전히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배임액을 줄이면서까지 구속시켜 배임 수사를 이어갈 단초는 마련했는데 여기서 진짜 갈 수 있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배임 혐의 입증이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인데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 전 본부장이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검찰은 김 씨와 남 변호사 역시 구속 기한 20일 안에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의 배임 혐의 관련 수사가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배임이 아닌 고정 이익 확보란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입장인데, 미국 판례법에서 발달한 이론인 ‘경영 판단의 원칙’에 따라 경영상 판단이나 정책적 판단에 의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나는 경우는 배임이 되지 않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