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수사 제동? ‘대장동 실무’ 정민용 영장 기각의 비밀

‘직보’ 의혹 당사자 신병 확보 실패…성남시 결재라인 수사 난항 예상

[일요신문] 11월 1일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그리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전략사업실장으로 일한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김 씨와 남 변호사는 구속됐다. 반면 정 변호사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정 변호사의 영장 기각 사유는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로 혐의 소명 여부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11월 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추가 기소하며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변호사 등을 배임 공범으로 판단해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김 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힌 만큼 정 변호사의 배임 공범 혐의도 소명됐다고 볼 수 있지만 소극적으로 보면 법원이 김 씨와 남 변호사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만 소명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정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까지 가는 과정이 더 험난해졌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정민용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선정 기준 결정, 수익 극대화를 위한 공모지침서 작성 등 사업 전반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남욱 변호사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정 변호사는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산하 전략사업팀장을 맡아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유리한 공모지침서 작성, 편파적인 사업자 심사 등을 진행한 실무 담당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업 협약 체결 과정에서는 민간에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환수 조항 삭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처럼 정 변호사가 배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실무 담당자로 성남시와의 핵심 연결 고리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지침서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직보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10월 24일에는 정 변호사가 동업자들에게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러 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10월 25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부장검사)에 소환 조사를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만난 기자들이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내용을 이재명 지사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런 적 없다”고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 역시 “하급 실무자에게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직보 의혹’은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 변호사도 구속돼 신병이 확보됐을 경우 검찰이 성남시와 대장동팀 사이의 실무 연결고리로 보이는 정 변호사를 통해 성남시 결재라인 관련 수사에 속도가 붙었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법조계에서는 4일 법원의 결정에서 김 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 발부보다 정 변호사의 구속영장 기각이 더 의미가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과정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만 간략하게 밝혀 법원이 정 변호사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 됐다고 판단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 “다만 검찰의 배임 수사가 이재명 후보까지 다가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e-mail]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