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X클로이 자오 감독 ‘잘못된 만남’…관객 평가 기대 이하 속 전범국 일본 미화 논란도
흥행 호조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위드 코로나 시행 직후라는 개봉운과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대진운으로 당분간 흥행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봉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하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경쟁작으로 여겨진 한국 영화 ‘강릉’은 개봉 첫 날인 11월 10일 관객수가 3만 2859명에 불과했다. 같은 날 ‘이터널스’는 8만 9553명을 동원하며 확실한 우위를 보여줬다. 개봉관 수 역시 ‘이터널스’가 1932개로 ‘강릉’의 630개보다 3배 이상 많다. 200만 관객을 넘긴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와 100만 관객을 넘긴 ‘듄’이 상영 중이지만 각각 10월 13일과 20일에 개봉해 서서히 극장가를 떠날 시점이 돼 가고 있다.
사실 ‘이터널스’ 개봉 시점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것은 운 때문이 아니다. ‘이터널스’는 마블 신작인 데다 한국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다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엄청난 흥행이 예상됐다. 이런 까닭에 다른 경쟁작 영화들이 ‘이터널스’ 개봉 시점인 11월 3일을 피한 것이다.
개봉 이후 전반적인 평은 기대 이하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6.67점이고 다음 네티즌 평점은 4.9점이다. ‘블랙 위도우’의 9.03점 7.7점과 ‘모가디슈’의 8.68점 8.7점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해외에서도 반응은 비슷한데 개봉 전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신선도 지수는 고작 60%로 마블 영화 최초 ‘썩은 토마토’를 받았다.
게다가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시퀀스는 전범국인 일본을 전쟁 피해국으로 미화했다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백신패스관에서는 팝콘도 먹을 수 있는 시점에 개봉한 데다 다른 경쟁작도 없어 관객이 드는 거지 평소라면 일본 미화 논란만으로 극장가에서 퇴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마블 페이즈4의 실질적인 시작점에 서있는 작품이다. 포스트 어벤져스 시대인 마블 페이즈4에서는 ‘이터널스’를 통해 구축되는 새로운 세계관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등을 통해 구현될 멀티버스가 핵심이다. 그만큼 ‘이터널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드디어 앤젤리나 졸리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 합류했고 한국 배우 마동석까지 출연했다.
그렇지만 클로이 자오 감독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그리고 감독상을 받은 ‘노매드랜드’를 통해 확실한 검증을 받은 세계적인 감독임에 분명하지만 과연 그가 MCU와 어울리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달렸다. 빼어난 연출력과 영상미로 작품성은 더 좋아질지 몰라도 클로이 자오 감독의 스타일이 지극히 상업적인 마블 히어로들과 어울리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공개된 뒤 클로이 자오 감독 기용은 실패 내지는 MCU의 과욕이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나마 영상미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어느 네티즌은 ‘마블판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평까지 남겼지만 호평이라기보다 비꼬는 반응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디즈니의 계획은 11월 3일 마블의 ‘이터널스’가 한국 극장가를 휩쓸며 12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의 순탄한 한국 상륙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마블 페이즈3까지 가장 열성적인 반응을 보여 온 한국 영화 팬들에게 ‘이터널스’는 오히려 마블 페이즈4에 대한 실망감만 안겨 주고 말았다. 2021년 최대 기대작으로 12월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도 의문 부호가 붙었을 정도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