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터지면 단번에 월드스타 등극…시청률 2%대 ‘구경이’ 넷플릭스선 국내 1위 존재감
‘구경이’의 저조한 출발은 ‘인간실격’의 영향이 크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본인이 시청하던 드라마가 종영하면 후속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다. 따라서 전작 시청률이 중요하다. 애초 JTBC의 계획은 전도연의 ‘인간실격’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이영애의 ‘구경이’가 이를 이어가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실격’은 4.2%의 시청률로 시작한 뒤 5회 1.7%까지 급전직하한 뒤 꾸준히 1%대 시청률을 유지하다 마지막 회에서 다소 반등해 2.4%로 종영했다. 2.4%라는 ‘인간실격’ 마지막 회 시청률은 ‘구경이’의 첫 회 2.6%로 그대로 연결됐다.
요즘 방송가에선 JTBC 드라마의 위기가 많이 거론된다. 앞서 언급한 전도연의 ‘인간실격’이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고, 이영애의 ‘구경이’도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다. 고현정의 ‘너를 닮은 사람’도 3.6%의 시청률로 시작해 현재 2.3%를 기록 중이다. 전도연, 고현정, 이영애 카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너를 닮은 사람’ 역시 넷플릭스 국내 TOP 10 TV 프로그램 순위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도연, 고현정, 이영애 등 국내 최고의 톱스타 여배우들이 연이어 JTBC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그만큼 JTBC가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의미인데 방송가에서는 JTBC 드라마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서비스된다는 부분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JTBC는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이태원 클라쓰’가 일본 등 세계무대에서도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린 바 있다. 아직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대장금’으로 전세계적인 드라마 한류 열풍을 주도한 이영애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서비스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부분은 여전히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tvN 드라마 ‘지리산’이 방송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tvN 드라마는 대부분 티빙과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돼 왔다. 2020년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엄청난 한류 열풍을 재점화시킨 원동력 역시 넷플릭스였다. ‘빈센조’와 ‘슬기로운 의사생활2’ 등 2021년 큰 사랑을 받은 tvN 드라마도 대부분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됐다.
그렇지만 tvN은 자사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티빙에 더 집중하기 위해 2021년 최고 기대작 ‘지리산’은 넷플릭스에 서비스하지 않고 국내에서는 티빙을 통해서만 서비스된다. 최근 시작한 한효주의 ‘해피니스’ 역시 넷플릭스에는 서비스되지 않아 티빙에서만 볼 수 있다.
‘지리산’의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은 중국의 OTT 업체 아이치이에 판매됐다. 해외 방영권은 무려 200억 원으로, 320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아이치이가 담당한 셈이다. ‘지리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열풍의 주역인 ‘킹덤’의 김은희 작가와 전지현, 주지훈, ‘스위트홈’의 이응복 PD 등이 대거 참가했다. 넷플릭스 성공의 주역들을 대거 투입해 국내 OTT 업체 티빙과 중국 OTT 업체 아이치이가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려고 했던 기대작이 바로 ‘지리산’이다.
그렇지만 2회에서만 10.7%를 기록했을 뿐 7~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수준 이하의 CG와 과도한 PPL은 물론이고 검증됐다고 믿었던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는 대부분 웨이브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으며 tvN과 JTBC, TV조선 드라마는 티빙과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 돼 왔다. 다만 최근 tvN 드라마가 티빙에서만 서비스되는 등 기존 구도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쿠팡플레이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데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까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큰 변수다.
사실 요즘 방송가에선 더 이상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여전히 드라마의 흥행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이기는 하지만 OTT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본방 사수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까닭에 배우들 역시 어느 방송국에 편성됐는지만큼이나 어느 OTT 업체를 통해 서비스되는 드라마냐를 중시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는 드라마의 힘이 압도적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제대로 열풍을 타면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치지 않고도 한 번에 월드스타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드라마에서 캐스팅 제안을 받은 배우가 “어느 방송국 편성이냐”를 묻기 앞서 “어느 OTT로 서비스되냐”를 먼저 묻는 시대로의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