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 터진 여행심리 제주로 몰려…업계 “출혈경쟁 그만” 할인 줄이고 수익 늘리기
#MZ세대 움직이고 세미나 늘어
제주는 최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은 코로나19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사람들로 넘친다. 각 항공사 카운터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제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제주에는 성수기, 비수기가 따로 없지만 10~11월은 전통적으로도 여행객이 많이 들어오는 시기라 성수기에 속한다”며 “아직 단체여행객이 제대로 풀리지는 않았지만 ‘위드 코로나’ 이후 단체여행객도 조금씩 늘고 있고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제주 여행객의 70~80%가 MZ세대다.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에 익숙하고 ‘워라밸’과 ‘욜로’ 등을 즐기는 MZ세대의 특성상 코로나19로 한동안 해외여행을 못했던 체증이 쌓이다가 백신 접종률이 10월 말 들어 70%를 넘어서자 최근 여행소비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 역시 “최근 하루 입도객이 평균 4만 명가량으로 보고되고 있다. 올여름 성수기 하루 입도객이 2만~3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늘어난 수치”라며 “백신 2차 접종 완료자가 늘어난 9월부터 관광객 숫자가 서서히 늘기 시작하더니 11월부터는 평일엔 각종 세미나와 기업 인센티브 투어, 주말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입도객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항공업 관계자는 “해외노선이 서서히 풀리고 있지만 아직 재개된 해외노선이 많지 않아 해외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겐 아직 제주도만한 대안이 없다”며 “제주로 가는 항공편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위드 코로나 이후 워낙 수요가 많아진 탓에 저가 좌석부터 빠르게 소진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항공권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항공 관계자는 “올여름엔 7월 초부터 갑자기 확진자가 1000명대로 급증하면서 여행객이 평년 여름 성수기에 비해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한여름에도 좌석이 남다보니 항공권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렌터카 가격도 껑충
하지만 최근 제주행 항공권 수요가 아무리 늘었다고 해도 코로나19 이전보다 가격이 대폭 오른 것은 좀 의아하다. 이러한 의문에 한 여행사 대표는 “코로나19 전에는 LCC(저비용항공사)가 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까지 항공권 출혈경쟁에 뛰어들었다. 1만~2만 원대의 제주행 항공권이 흔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에는 LCC가 뛰어든 동남아 노선도 출혈 경쟁 때문에 저렴한 항공권이 많았다. 동남아 항공권이 저렴한 상황에서 비교대상이 되곤 하는 제주 항공권 가격을 많이 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행 선택지가 국내에 한정될 수밖에 없고 제주로 항공수요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항공권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항공권 가격을 올렸다기보다는 할인 항공권의 수를 줄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토부와 항공사 홈페이지에 항공권 가격을 공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고 하더라도 항공권 가격을 항공사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또 항공사끼리의 가격담합 같은 것도 전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해외노선의 경우 아직 실질적으로 운항하는 횟수가 많지 않아 국내선, 특히 최근 수요가 많은 제주 노선의 운항횟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다른 항공사들도 비슷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항공권의 정가는 소비자가 온라인이나 항공권 가격비교 플랫폼 등을 이용해 할인해 구매하는 항공권의 가격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김포-제주 항공권의 정가가 10만 원이라고 한다면 항공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할인 항공권을 풀 수 있기도 하고 혹은 할인좌석을 조금 풀고 정가 항공권을 많이 풀 수도 있다. 즉 항공사끼리의 경쟁이 적거나 수요가 월등히 많으면 상대적으로 할인 항공권을 줄이고 정가 항공권을 늘리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연한 말이지만 항공사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코로나19로 고사 위기를 겪고 있는데 당연히 수요가 있을 때 최대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선택한다”며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항공사끼리 출혈경쟁을 할 상황도 아니다. 정가 항공권 수를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손해 본 부분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항공권 가격이 높아져도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제주 렌터카 가격도 많이 올랐다. 제주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도 하루 2만~4만 원이면 빌릴 수 있었던 경차나 소형차도 최근엔 하루 10만 원은 줘야 한다. 그마저도 없어서 구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전했다.
제주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초반에는 관광객이 거의 움직이지 않아 렌터카 예약률도 낮았지만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제주 골프장 부킹도 어려워졌고 요금도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