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건 오직 훈련…절박한 마음으로 몸 날린 끝에 기회 잡아”
후보로만 머물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16-2017시즌 종료 후 남지연이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면서다. 출전 기회가 많아지면서 노란은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고 2017-2018시즌 마치고 생애 첫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자 기업은행은 노란에게 연봉 7500만 원을 안긴다. 하지만 그 해 5월 노란은 KGC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됐다. IBK기업은행 시절 남지연이란 큰 산이 존재했다면 KGC인삼공사에는 오지영이 버티고 있었다.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며 V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활약하던 오지영은 지난 4월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오지영이 있는 동안 세 시즌 연속 백업 멤버였던 노란에게 서광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인삼공사 이영택 감독은 오지영의 빈자리를 노란과 채선아가 맡아주길 바랐고, 개막전 주전 리베로로 노란을 낙점했다. 노란으로선 프로 입단 9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였다.
“처음에는 (오)지영 언니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였다. 잘해도 본전, 못하면 쪽박이란 생각이 들더라. 더욱이 시즌 개막 전 치른 코보컵 대회를 통해 지영 언니의 공백이 크게 부각됐고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훈련밖에 없었다. 야간 훈련을 거르지 않았고, 어느 때보다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코트에서 몸을 날린 것 같다.”
코트보다 웜업존에서 머물던 시간이 더 많았던 노란은 자신 앞에 놓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수많은 공을 받아내며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기회가 없다고 하소연을 많이 했는데 정작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해내지 못하면 내가 원래 못하는 선수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날 믿고 맡겨주셔서 프로 입단 후 10년 만에 개막전 주전으로 나갈 수 있었다.”
개막전에서 노란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소영과 박혜민의 리시브나 수비에서 도움을 받으며 점차 안정된 경기력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다고 말한다. 리베로 노란한테 비로소 전성기 시절이 도래한 것만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