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불공정한 경쟁력 우위 주장으로 경기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7일(한국시간) 성전환 선수들의 자격 규정을 개인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아닌 경기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타고난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바꾼 성별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 IOC는 200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거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를 새로운 조건으로 대신했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여자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선 '뉴질랜드 역사(力士)' 로렐 허버드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랐다. 반면 올림픽 금메달 2개(2012 런던·2016 리우데자네이루)를 따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자 육상 중장거리 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도쿄올림픽에서 주 종목 800m에 출전하지 못했다. 허버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나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지만, 세메냐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시술을 거부해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IOC는 “어떤 선수도 성별의 차이, 신체적 외모, 트랜스젠더 지위로 인해 입증되지 않은 불공정한 경쟁력 우위 주장에 따라 경기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 IOC는 "적격성 기준은 때때로 심각한 해를 끼친다"며 "침습적 의학 검사"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새로운 권고안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적용될 예정이다. IOC는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성전환 선수의 출전 자격을 어떻게 정할지는 각 경기단체의 자율이라고 밝혔다. 격투 등 신체 접촉이 많은 일부 스포츠나 각 경기단체에서 안전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성전환 선수들의 출전에 일정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육상연맹의 경우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한다는 현 지침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IOC는 "선수들이 경쟁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지만 불공평한 이익은 규제돼야 한다"며 “IOC는 앞으로 트랜스젠더와 간성(間性, intersex) 선수들의 성적에 대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민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