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범죄에 자극적인 표현 문제…‘몹쓸 짓’ ‘늑대’ ‘짐승’ 표현 부적절
공공기관 간행물이나 언론 등에서 성범죄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경우 정확한 개념과 올바른 용어를 사용‧표기해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 유발‧확산을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권고안에는 디지털성범죄 등 성범죄 관련 보도 및 법무부 간행물 등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콘텐츠 제작 시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법무부 간행물 등의 기획・제작・배포 각 단계에서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사전점검을 바탕으로 관련 이슈에 긴밀히 대응할 수 있는 전담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최근 5년간 시정 권고 현황에 의하면 성폭력 피해자 신원공개가 93건, 성폭력 피해자 피해상태 및 범행수법 등 묘사가 383건으로 전체의 3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위원회는 불법촬영을 ‘몰카’, 성범죄와 가해자를 ‘몹쓸 짓’ ‘늑대’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희화화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에게 ‘00녀’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것 역시 가해자 관점의 용어로 피해자를 주목시키는 자극적인 표현이라고 봤다.
또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는 이미지 등 피해자다움이 강조되거나 당당한 가해자의 모습이 그려진 이미지가 성범죄 관련 보도에 등장하는 것도 지적했다.
위원회는 피해자의 신상이 특정 가능한 내용을 기사에 명시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키워드를 포함하거나, 피해자의 주거지 주변이 노출된 영상이 송출된 사례는 그 자체로 2차 가해이며, 보도를 계기로 음지에 있던 피해 영상물이 외부로 나오기도 하므로 피해자의 신상은 조금이라도 특정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 필요하다고 했다.
또, 언론이 소수의 특정 가해자에게 이목을 집중시켜 지나치게 악마화하거나 서사를 부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나머지 가해자들은 잊혀지고 사건의 본질과 대응방안을 모색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성범죄 관련 내용의 문구나 표현에 있어 정확한 개념 사용 및 표기 △성폭력 관련 보도·홍보 준칙 마련 △보도·홍보 준칙 실천 방안 강구 △법무부 내 전담 기구 설치 등의 방안을 권고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