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산책·공원↑ 맛집·계곡·축제↓…강원·제주 점유율 쏠려 “탁 트인 자연환경 선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여행률이 78.8%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11%p 이상 낮은 수치지만 해외여행이 거의 중단된 것을 감안하면 국내여행을 중심으로 코로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여행 심리는 조사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여행률은 2020년 61%에서 올해 66.8%로 늘었다. 2018년 66.3%였던 것과 비교해도 소폭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 20% 중반에 달하던 해외여행률은 코로나19 이후 2020년과 2021년 두 해 연속 1.5~1.6%로 미미하게 나타났다.
최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해외여행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를 꿈꾸기엔 이르다. 특히 최근 유럽 봉쇄 정책과 시위 등으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들이 사실상 봉쇄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해외여행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다시 왕성하게 살아나려면 최소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국내여행지 관심도는 조사를 시작한 2015년 8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모든 지역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특히 국내 대표 여행지인 제주와 강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상승폭도 컸다. 국내여행은 점유율에서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하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행지 점유율에서는 강원도가 1위를 차지했고, 점유율 증가에서는 제주도가 1.8%p 상승해 1위를 기록했다. 시·도별로 점유율을 자세히 보면 강원도가 22.3%, 제주도가 13.2%의 점유율로 2020년에 이어 또다시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상북도가 9.3%, 경상남도가 8.7%로 3, 4위를 차지하며 경상도가 전체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 뒤로는 전라남도가 8.6%, 부산이 7.1%, 경기도가 6.9% 순으로 나타났다.
10위 안에 든 기초 시·군은 서귀포시, 제주시, 강릉시, 속초시, 경주시, 여수시, 거제시, 가평군, 양양군, 태안군 등이다. 이들은 모두 전통적으로 유행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바다를 대표 여행 자원으로 갖춘 지역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휴식을 추구하는 최근 여행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먹거리’를 밀어내고 ‘바다’가 떴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먹거리 중심의 여행 선호도를 보이다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모임 인원제한 등으로 좀 더 자연친화적인 여행지를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국내여행의 대표 키워드도 바꿨다. 2019년에는 여행키워드 2위였던 ‘바다’가 1위였던 ‘먹거리’와 자리를 맞바꿨다. 바다 외에도 ‘해변’ ‘공원’ ‘산’ 같은 개방된 장소의 순위가 일제히 상승한 반면 ‘먹거리’ ‘맛집’ ‘계곡’ ‘축제’ 등 대중 밀집 관련 키워드는 하락했다. 대면 접촉을 꺼리는 ‘코시국’ 생활 트렌드가 여행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된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조사에서 가장 많이 연상된 5대 여행 키워드는 바다, 먹거리, 해변, 공원, 해산물 순이었다. 다음으로 힐링, 계곡, 펜션, 호텔, 산이 10위권을 차지했다. 바다·해변·해산물 모두 바다 관련 키워드라는 점에서 5위권에 바다 관련 키워드는 3개나 있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피로감을 떨칠 해방구로 바다와 해변 같은 탁 트인 자연환경을 더 선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여행 키워드 순위에서 캠핑도 27위에서 16위로 올라섰다. 산책은 31위에서 20위로, 공원도 7위에서 4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반면 축제는 5위에서 15위로 키워드 순위에서 밀려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축제를 육성하며 열풍을 이어갔지만 코로나19 이후 축제가 전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그 인기도 시들해졌다. 지역경제와 직결되는 축제와 재래시장 등의 키워드가 관심에서 다소 멀어지면서 지역 상권에도 타격을 입혔다.
특히 국내여행의 최근 키워드는 실외, 휴식, 비접촉, 조용, 근거리로 나타났다.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일상생활형 여행이 대세가 됐다. 한편으로 ‘근거리-단기간’으로 만족할 수 없는 소비자들이 ‘OO에서 한 달 살기’ 같은 ‘원거리-장기간’ 여행을 추구하며 양극화되고 있다.
점유율과 별개로 관심도에서도 제주는 6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16년 상반기의 64%를 넘는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에 비해서도 11%p 늘어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제주가 이국적 분위기로 코로나19 이후 꽉 막힌 해외여행의 대체지로서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뒤로 강원이 관심도 55%로 2위, 부산이 45%로 3위를 기록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강원도는 10%p나 상승했다. 이어 전라권이 28%, 수도권이 26%, 경상권이 23%, 충청권이 21% 순의 관심도를 보였다. 이 중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권역이 코로나19 이전보다 관심도가 4~5%p 상승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