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동남아 비롯 사이판 괌 발리 등 허니문지 빗장 속속 열어…방역상황 시시각각 변해 개별여행은 쉽지 않아
#여행사 통해 패키지로
여행 목적지를 막론하고 당장 개별 여행을 떠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국의 입국절차와 방역이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급변하는 세계의 코로나19 상황을 개인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또 국가에 따라서는 준비해야 할 개별 서류가 까다로운 경우도 있다.
즉 안전상의 이유와 급변하는 출입국 정보, 준비 절차의 복잡함 때문에 당분간은 여행사를 통해 여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현재 여행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해외여행 상품들의 목적지들이 곧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는’ 여행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행사에 따라 일정이나 가격은 달라도 현재로선 각 여행사에서 취급하는 여행 목적지는 대동소이하다.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로 문을 연 사이판을 비롯해 괌, 하와이, 몰디브 등 휴양지가 여행객을 받기 시작했고 스위스,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코로나19 이전에도 인기 많은 여행지였던 유럽 국가들도 하나둘 문을 열었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유럽은 국가에 따라 PCR 검사가 필수가 아닌 등 비교적 입국 절차가 수월한 편이라 인기가 높다. 최근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속속 여행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패키지 여행사인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금 바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은 30여 국에 이른다. 그중 20여 국이 유럽지역이고 나머지 10여 국 정도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하와이와 몰디브, 사이판 등 신혼여행 목적지들이라고 보면 된다”며 “하나투어가 추천하는 상품은 12월 출발하는 싱가포르와 내년 1월 출발하는 스페인 일주 상품”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 홈페이지 해외여행 카테고리에는 유럽과 미주를 비롯해 태국, 괌, 하와이, 싱가포르 상품 등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진화한 일명 ‘상품 2.0’은 쇼핑센터 방문이나 선택 관광 대신 주요 관광을 포함하고 가이드 경비도 상품가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 가격도 다소 올랐다. 아예 항공과 이동수단, 숙식 등에서 여행의 격을 올린 프리미엄급 상품도 늘렸다.
또 트레킹으로 유명한 혜초여행사 관계자는 “현지 격리가 없는 지역을 기준으로 여행 상품을 꾸리고 있다. 유럽연합은 ‘그린패스(보건패스)’를 통해 비교적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지만 그린패스 발급 규정이 자주 바뀌어 담당 직원들이 매일 확인한다”고 전했다. 그린패스는 유럽연합 내 백신 접종 증명서로 그린패스 소지자들은 유럽 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고 여행도 가능하다. 일종의 ‘백신여권’이라고 할 수 있다.
혜초여행사는 트레킹 상품 14개와 일반여행 상품 11개 등 총 25개 상품을 모객 중이다. 상품은 대부분 한 나라 안에서 소화한다. 혜초여행사는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특성 상 일반 여행사들과는 그 결이 좀 다른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중동, 네팔, 러시아, 아프리카 상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여행 출발일은 12월부터 내년 1~2월 중이다. 혜초여행사 관계자는 연말연시 일정으로 ‘네팔 히말라야’ 상품과 ‘러시아 북극열차’ 상품을 추천하기도 했다.
#각국 입국상황은…
태국은 11월 1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을 시작했다. 한국을 포함한 63개 국민이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 무격리 입국 시행 후 첫 10일 동안 태국에 간 한국인은 1296명으로 태국에 입국 가능한 국가 가운데 전체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태국 여행을 위해서는 입국허가서인 태국패스, 백신 접종 증명서, 72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확인서가 필요하다. 또 치료비 5만 달러(약 6000만 원) 이상 보장되는 코로나19 보험 가입도 필수다. 입국 후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도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11월 15일부터 랑카위를 시범 개방했다. 업계에서는 일명 ‘랑카위 트래블 버블’이라 불린다. 랑카위 여행을 위해선 말레이시아 정부가 허가한 여행사를 이용해야 한다. 랑카위 입국한 뒤 격리는 없지만 최소 3일 체류해야 하며 8만 달러 이상(약 9500만 원)의 코로나 치료비 보장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번 정책은 일단 3개월 동안 시범 운영된다.
인도네시아 발리 역시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10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19개국에 문을 열었다. 발리 직항편을 통해서만 입국이 가능하다. 숙소 내에서 3일 동안 격리해야 하는 점 때문에 아직 여행객은 많지 않다.
캄보디아는 11월 30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휴양지인 시아누크빌과 코롱섬을 개방한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씨엠립을 격리 없이 개방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에서 최소 5일 머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국내 트래블 버블 1호인 사이판은 여행사를 통해서만 예약할 수 있다. 입국 전후로 PCR 검사를 여러 번 해야 하고 사실상 호텔에 5일 동안 격리하게 되지만 특급 호텔을 누리는 '호캉스'와 다를 바 없는 데다 사이판 정부의 지원금도 많아 이미 매진사례다.
트래블 버블 2호인 싱가포르는 11월 15일부터 격리를 면제하고 개별 여행을 허용했다. 여행사를 통한 단체 여행만 허용했던 사이판과 달리 개인적으로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다만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일이 지나고 지정된 직항편을 이용해 입국해야 한다. 입국 직후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7일 동안 격리가 면제된다.
미국의 경우 이전에는 백신의 종류에 따라 입국이 불허되기도 했지만 11월 8일부터는 WHO(세계보건기구)와 자국 FDA(식품의약국)가 승인한 7가지 백신(화이자,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포함)으로 허용 범위를 넓혀 현재 한국에서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입국 및 여행이 가능한 상태다.
#안전문제와 변수의 연속
안전상의 이유와 각국 입국 절차의 변수들 때문에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아직 자유 여행보다는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여행사에서 고객에 요구하는 서류는 기본적으로 백신접종완료 증명서(영문)와 출발 72시간 이내 발급한 PCR 영문 증명서다. 이외에도 국가별로 필요 서류가 따로 있을 수 있고 사전 입국 신고서 등이 필요하기도 하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도 출발 72시간 이내 발급한 PCR 영문 증명서를 떼려면 여행경비와 별개로 10만~15만 원의 개인 비용이 추가로 든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국경이 열렸다고 해서 단순 입국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현지 여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확인이 중요하다. 각국의 방역상황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시점마다 여행 가능 여부는 혼선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는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토대로 하지만 시시각각 변수가 많아 외교부 업데이트만 100% 믿을 수 없고, 여행사가 모객을 하고 있다고 해도 현지 여행사와 함께 현지 상황을 늘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여행 액티비티 플랫폼 KKDay(케이케이데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백신 접종 여부와 백신 종류, 여행하고 싶은 지역을 적으면 현재 무격리로 떠날 수 있는 여행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PCR 검사 여부와 준비해야 할 서류, 해당 여행지의 콘텐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