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이후 심야택시 부족, 플랫폼 영향은 미미…“야간 요금 할증제·택시 규제 완화 필요”
우선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택시 수요가 늘었지만, 그에 따른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여파를 배경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다.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경쟁했으면 신규 기사가 유입돼 택시대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배달대행 플랫폼 등으로 기사가 빠져나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택시 시장의 전체적인 구조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택시는 충분하다, 달리지 않을 뿐
등록된 택시와 기사는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하다. 다만 택시기사들이 야간 운행을 꺼릴 뿐이다. 기사와 회사 모두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야간 운행으로 얻는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기준 서울시 택시기사는 2년간 9000명 줄어 현재 총 7만 명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실제로 운행되는 택시는 1만 6000대로 11월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택시 수요인 2만 9000대를 감당할 수 없다.
야간 운행을 꺼리는 이유는 취객 등을 상대해야 하는 등 업무의 강도가 높지만 수익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승객이 시비를 걸거나 시트에 구토하게 되면 이튿날 운행에 차질이 생긴다”며 “야간에 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손님은 그냥 지나친다”고 말했다. 오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15분가량 승강장에서 대기한 한 법인택시 기사는 “대란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운행 중 대부분은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고객은 필요할 때 택시를 잡기 어렵고, 기사는 태우고 싶을 때 고객이 없는 셈이다.
현재도 택시는 공급 과잉 상황이다. 정부는 과거 퇴직금 차원에서 택시면허 거래를 허용했다. 문제는 택시면허가 거래되는 와중에 신규 면허는 계속 발급돼 택시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2009년 신규로 발급된 면허는 거래를 금지했다. 또 정부는 택시기사의 면허를 사들이기 위해 대당 1300만 원의 예산도 할애했다. 하지만 이는 택시 면허 가격에 한참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면허 반납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인택시 기사의 유입이 활발해져야 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법인택시 기사가 코로나19로 업계를 떠나며 가동률이 2019년 12월 50.3%에서 2021년 9월 31.0%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법인택시 기사는 기본급을 받지만, 이 기본급은 사납금 미달 시 부족한 만큼 깎인다. 2019년 서울시와 국토부에서 발표한 평균 사납금과 매출을 적용해 계산하면 법인택시 기사 평균 월급이 약 250만 원이다. 이는 하루 10.2시간 운행을 26일 근무했을 때 가능한 금액이다. 코로나19로 붐비는 시간대를 제외하곤 손님이 줄어든 만큼 수입은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택시 업계 떠난 기사들 어디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택시대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모빌리티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혁신적이고 참신한 서비스와 기술이 생겨날 수는 있지만, 가령 우버 같은 기업과 택시는 기본적으로 경쟁 관계라 신규 기사 유입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강인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뉴미디어학 교수 역시 “우버와 리프트가 성업 중인 뉴욕에서도 기사는 대폭 줄어서 운행 중단이 발생했다”며 “플랫폼 기업이 택시대란을 해결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택시 업계를 떠난 기사가 배달대행 플랫폼으로 이직해 기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현재로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플랫폼 노동자에 관한 제대로 된 통계는 아직 없다. 실제 업계 이동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철식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19년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 조사도 통계 자료 수집이 쉽지 않아서 간신히 알음알음 한 것”이라며 “종사자의 업계 이동을 암시하는 지표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평균 연령은 62.2세다. 평균 연령을 고려했을 때, 오토바이나 전동자전거를 타며 배달대행 업체에 일하거나 택배를 나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나마 이직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아직 플랫폼 점유율이 낮은 대리운전 정도다.
#택시대란 고착화 막으려면
택시대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택시 요금 개선과 정부의 통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제 개선 방안으로는 수요가 큰 시간대 및 지역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할증제가 대표적이다. 강상욱 공공교통전략연구소장은 “할증제로 택시기사의 자발적 운행을 유발해야 할 것”이라며 “야간과 새벽에 각각 25%, 50% 할증을 부여하고 도심 지역별로 차등 요금을 부과한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제 완화 방안으로는 요금 상한제 및 하한제나 최소한의 규제 등이 언급된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택시 요금의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외부에 요금을 부착해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 플랫폼경제연구팀 팀장 역시 “정부는 외국 플랫폼 기업에서 문제가 되는 기사의 범죄 예방, 공평한 세금 부과, 노동자의 보험 가입 제도화 등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만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웅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