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봉투와 공사수주 약속 받아’ 진정서 입수…대한검도회 “사실무근, 법적 책임 물을 것”
2020년 12월 29일 대한검도회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28대 대한검도회장 선거 선거인단 투표에서 김용경 당시 대전시검도회장이 3선에 도전하던 이종림 전 대한검도회장을 84 대 61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 전 회장은 경기인 출신으로 대한검도회 회장에 오른 최초이자 유일한 인물이었다. 검도계 내부에서 ‘철옹성’이라 불렸던 이 전 회장의 아성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검도판 철옹성’을 무너뜨린 김용경 대한검도회장은 기업인으로 주식회사 SGAMC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야말로 '깜짝 출마'였다. 검도계 내부에선 그가 대한검도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의외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김 회장은 “변화를 갈망하는 검도인들 권유로 출마하게 됐다. 대한검도회의 권위주의적 운영을 탈피하고 기업 경영 마인드로 검도인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소통하는 조직으로 새롭게 검도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은 ‘변화의 기대’를 등에 업고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폐쇄적인 대한검도회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검도인은 “김 회장이 대한검도회 사유화를 통해 협회 운영을 개인적인 복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승단 불이익, 행사 배제 등을 통해 많은 검도인이 불의에 굴복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도인은 “김 회장은 당선 과정부터 불법적인 요소를 내포했다”면서 “선거 당시부터 ‘기업 경영 마인드’를 십분 발휘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진정서 내용도 검도계 일각에서 불거진 ‘대한검도회 사유화 논란’과 그 맥을 같이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위탁선거법 위반 관련 피진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인 또는 선거인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을 대상으로 금전·물품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익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부정청탁 행위는 위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라는 내용이다.
진정서엔 녹취록 하나가 동봉됐다. 진정인 측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남자 2'가 대한검도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불출마한 최 아무개 씨라고 명시했다. 당초 대한검도회장은 김 회장과 이 전 회장을 비롯해 최 씨까지 3파전 양상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 씨는 대한검도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한검도회장 선거전은 양강구도로 치러졌고, 김 회장이 이 전 회장을 꺾게 됐다.
녹취록에서 최 씨는 “나는 김용경이라는 사람을 전혀 몰랐는데 서 아무개가 소개시켜서 찾아갔다”면서 “내가 (선거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해서 봉투를 받았다. 차비로 보기엔 많은 돈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최 씨는 “선거 출마를 포기하면 (김 회장이 공사 중인 건물) 공사 지하실 수주 건을 주겠다고 했다. 100억 원대가 넘는 공사니까 그걸 밀어주겠다고 했다”고 했다. 공사 수주를 대가로 특정인에 대한 선거 불출마를 종용한 정황이다.
이 사건을 진정한 A 씨는 “최 씨는 현금봉투와 공사수주 약속을 받았고, 추가로 인천시검도회장 박 아무개 씨의 징계를 요구했다”면서 “김용경 회장과 서 아무개 씨가 당선 이후 박 아무개 씨를 징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최 씨와 김 회장의 카드가 맞아 떨어졌고, 최 씨는 입후보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대한검도회 측은 12월 1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용경 회장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은 전혀 없으며 이런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대한검도회 관계자는 “제기된 터무니없는 의혹들에 대해 김 회장은 어이없어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1년 전 회장 선거와 관련한 복마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검도회에 따르면 선거에서 패한 이종림 전 대한검도회장은 현재 선거 무효 소송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도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체육계 관계자는 “검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닌 까닭에 대한검도회 내부 사정은 대중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면서 “그럼에도 대한검도회는 생활체육 부문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검도회장 선거를 둘러싼 복마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