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무력시위’…LA 한인타운 특수 누리기도…한국 공연은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
‘버터’, ‘다이너마이트’, ‘퍼미션 투 댄스’ 등 빌보드 싱클차트 핫100 1위에 오른 히트곡 등 20여 곡을 열창한 BTS의 이번 공연에는 미국 인기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등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하기도 했다.
BTS는 이번 공연으로 LA 소파이 스타디움이 개관한 이후 최초로 4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는 진기록은 물론이고,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단독 아티스트(밴드 포함) 공연 가운데 최다 티켓 판매 기록도 세웠다.
관람객은 대부분 BTS 팬인 ‘아미’들로,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국내에서도 수천 명의 아미들이 미국 LA를 찾았을 정도다.
LA로 몰려든 20만 명의 관람객으로 LA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줬다. 특히 LA 한인타운과 그 인근 상권은 ‘BTS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한인타운에 위치한 곱창집 ‘아가씨 곱창’ 관련 사진과 해시태그(#)가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4년 전 BTS의 진이 미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LA에 체류 중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LA 넘버원 레스토랑이라며 ‘아가씨 곱창’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아미들의 성지가 됐는데 이번 LA 공연을 찾은 아미들도 대거 ‘아가씨 곱창’을 찾았다. 심지어 5시간이나 대기한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BTS가 직접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진 식당과 한류 상품 판매 상점 등을 아미들이 찾아다니면서 한인타운 일대가 엄청난 특수를 누렸다.
항간에선 이번 BTS 대면 콘서트와 여기 운집한 20만 명의 아미들이 일종의 ‘무력시위’를 펼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그 대상은 바로 그래미 어워드다.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BTS의 슈가는 “그래미 시상식 무대를 보며 자라왔기에 아직도 후보에 올랐다는 게 설레고 기대도 된다.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뛰어넘을 장벽이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두 번 찍어서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밝혔다.
현재 BTS는 64회 그래미 뮤직 어워드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로 올라 있고 수상이 유력하다. 63회에 이어 또 다시 후보로 오른 만큼 이번에 수상하면 두 번 찍어 넘어가는 나무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슈가가 “두 번 찍어서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본상인 ‘제너럴 필드’ 4개 부문에는 후보로 선정되지 못한 것에 대한 심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월 23일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부문별 후보를 발표했고 4일 뒤인 27일 BTS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의 1회 차 공연이 성황리에 열렸다. 그리고 다음 날인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리더 RM 역시 “한국 아티스트로서 우리의 정체성, 언어의 한계점 등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래미 어워드 후보 발표 직후 열린 대규모 대면 공연과 이에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이 BTS를 바라보는 그래미 어워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일종의 무력시위라는 분석까지 나온 셈이다.
한편 이번 공연이 미국 LA가 아닌 서울 잠실 주경기장 등 국내에서 열렸으면 엄청난 해외 ‘아미’들이 입국해 관광 특수를 누렸을 수도 있다. LA 한인타운이 누린 특수를 서울 각지의 자영업자들이 누렸을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BTS가 이를 원할지라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위드 코로나 1단계에서는 500명 이상 행사의 경우 접종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렇지만 예외는 있다. 비정규 공연시설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비정규 공연장 콘서트 승인 신청서’ 등을 제출해 관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으면 개최가 가능하다. 실제로 시범 운영 승인을 받아 전석 오픈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1회 최대 입장 관객은 시설면적과 관계없이 5000명 이하여야 한다. 5만 명이 운집한 공연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가 시행되면 인원 제한이 사라진다. 애초 계획대로 12월 13일을 즈음해 2단계가 시행됐다면 연말에는 대규모 공연도 가능할 수 있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 급증과 높은 중환자실 가동률, 오미크론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 등으로 2단계는 빨라야 1월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물론 지금은 가수들의 콘서트 등 공연이 열리고 있기는 하다. 7월에 중단됐던 나훈아의 ‘나훈아 AGAIN 테스형’ 전국 투어 콘서트도 12월에 재개된다. 그렇지만 BTS가 잠실 주경기장 등에서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면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같은 회당 5만여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공연을 여는 것은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여파는 BTS와 아미들에게도 미쳤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해 12월 3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들에게 10일의 자가격리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BTS도 자가격리를 해야 해 12월 11일로 예정된 MAMA 시상식에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LA에서 열린 공연을 보기 위해 출국했던 국내 아미들도 자가격리를 해야 해 휴가를 내고 출국했던 직장인 아미 등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