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의원, “공직자들 취업심사 대상 7급까지 확대해야”
노웅래 의원에 따르면 최근 현직 금융위원회 5급 사무관이 퇴직 의사를 밝힌 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 수리를 담당하는 등 규제와 관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현직 사무관이 퇴직 후 휴지기간 조차도 없이 피감기관으로 직행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를 넘어 위법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노 의원의 지적이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의 경우, 4급 이상 퇴직자에 대해서만 취업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5급 사무관은 취업심사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는다. 현직 사무관이 담당하던 피감기관으로 당장 이직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금융위나 금감원이 시장에서 가지는 절대적인 위상과 역할을 감안했을 때, 이는 너무나 느슨한 규제에 불과하다는 게 노 의원 주장이다. 실제로 유사한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7급까지도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공정위와 비교해보면 금융위와 금감원에만 일종의 특혜를 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노 의원은 업무 관련성에 대한 판단 역시 ‘맹탕 심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20년 금감원의 핀테크 담당 고위공무원이 업비트로 이직했는데, 이때 과정에서도,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관련 밀접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고위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당시 심사 회의록을 비공개하고 있다.
손 놓고 있는 사이 수사기관인 경찰에서도 아무런 제재없이 가상자산 거래소행을 택하고 있다. 최근 업비트로 이직 준비 중인 경찰관은 퇴직 직전까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다루는 사이버수사 팀장으로 재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까지 취업심사조차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노 의원은 현재 업비트의 해외 페이퍼 컴퍼니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수사기관의 전직 팀장을 영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매우 부적절 하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퇴직자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부처들이 이를 방관 또는 방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직자윤리법 19조의2에 따르면 취업심사 대상자의 경우, 각 기관에서 퇴직 후 3년간 취업 사실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식구 감싸기’로 인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와 경찰은 퇴직한 취업제한 대상자의 취업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 역시도 퇴직 직원의 가상자산 거래소 취업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감사담당관은 한 술 더 떠 부이사관급 고위공무원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소 취업사실 확인 요청에 “자연인이라 확인을 하지 못한다”는 위법적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노 의원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규가 미비하다 보니, 그 사이를 틈타 금융위 등 일부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무차별적 사익 추구행위가 정부 부처들의 ‘제식구 감싸기’와 맞물리면서, 공무원 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인 ‘전관예우’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노 의원은 “규제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나 공정위, 경찰 등에서 전·현직 인사를 영입하는 행위는 전문성이라기 보다는 ‘방패막이’ 역할로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부도덕한 행위다”라며 “현행 4급까지인 금융위와 금감원, 그리고 국정원의 취업심사 대상을 7급까지 확대시키고, 취업심사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금감원과 FIU가 거래소의 불법 행위를 나몰라라 방관하면서 거래소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므로, 이를 전담할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을 신설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