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제휴 없애고 온라인용 머지코인 출시, “우롱하냐” 구매자 분노…사실상 모든 서비스 중단
피해자들은 머지플러스 대표가 구속되기 직전 내놓은 ‘머지코인’ 등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피해자 단톡방은 이들 남매 구속을 두고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절대 다수였다. 머지코인 등은 피해자를 더욱 분노케 한 악수였다.
머지플러스는 머지포인트라는 일종의 상품권을 운영하는 업체다. 머지플러스는 대기업,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 대형마트 등 전국 약 2만 개 가맹점을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다. 머지포인트를 사면 가맹점에서 20% 할인받을 수 있었다.
머지플러스는 지나친 할인폭 때문에 사기 논란이 계속돼 왔다. 그렇지만 3년 넘게 운영을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포인트를 사기 시작했다. 특히 ‘머지플러스 측에서 20% 할인 폭을 곧 축소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대량 사재기까지 발생했다. 그렇게 100만 명 가까운 회원을 모았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머지플러스에 사건이 터졌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이 머지플러스에 전자금융업(전금업)으로 등록하라는 시정권고를 내리면서 대부분의 가맹점이 사라지게 됐다. 전금업법에 등록되지 않은 사업체는 1가지 업종만 등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머지플러스에 문제가 생기자 우려를 하던 소비자들이 대규모 환불 요구에 들어갔고 본사 일대에 사람이 몰려 혼란을 빚기도 했다.
머지플러스가 2018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판매한 머지포인트 총액은 약 3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환불 사태 직후까지 이용자 55만 명이 800억 원 상당 미사용 금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환불 요청은 올해 10월 말 기준 33만 건, 액수로는 570억 원이 접수됐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환불된 금액은 수십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8월 환불 사태 이후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피해자 465명이 경찰에 25건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나서 머지플러스 권씨 남매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피해자들은 갖고 있는 머지포인트를 소진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환불 처리가 너무 더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자 A 씨는 “11월이 되면서 가맹점 대부분이 사라졌다. 쓸 수 있는 곳은 M 버거와 B 돈가스 정도밖에 없었다. 이들 브랜드는 매장이 많지 않은 데다 이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월 1만 원에 불과해 털 수 있는 포인트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정’이라고 하면서 포인트 일부라도 소진하고자 매장을 찾아 먼 길을 가기도 했다.
11월쯤 머지포인트는 중고거래에서 그 가치가 3분의 1 이상 떨어졌다. 40만 원이 10만 원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이렇게 산 포인트로 몇 개월간 돈가스나 햄버거를 먹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머지플러스 측은 줄곧 ‘가맹점을 늘리고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고 이를 믿은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그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머지플러스는 12월이 되면서 그나마 있던 오프라인 제휴 매장을 전부 없앴다. 머지플러스는 온라인 쇼핑몰을 추가하면서 ‘머지코인’을 출시했다. 머지코인은 머지포인트의 온라인 버전으로 한 번 바꾸면 환불은 받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피해자 B 씨는 “포인트 일부 전환은 못하고 전액만 바꿀 수 있고 5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코인은 소멸한다고 했다. 환불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이민이나 사망밖에 없다고 했다”면서 “그나마 남은 머지포인트를 쓰려면 머지코인으로 바꾼 뒤 온라인에서 써야 하는데 온라인 사용처가 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이다”라고 분노했다.
머지플러스가 새롭게 사용처로 제시한 매치메이커스에서 파는 상품들은 온라인 최저가보다 대부분 비쌌다. 종류도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살 때 코인으로 전액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별 1만 원 상품권을 한 장 살 수 있고 결제당 상품권은 1장만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은 최소 2만 원에서 비싸면 약 9만 원짜리도 있었다. 머지코인 외에도 1만 원에서 8만 원은 써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A 씨는 “대놓고 우롱하는 느낌이다. 인터넷 최저가와 계산해보면 머지코인을 쓰는 게 오히려 비싼 곳도 있다. 머지코인을 1만 원 썼다고 해도 최저가와 800원 차이에 불과하기도 했다. 800원 아끼려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살 수는 없지 않나. 돈 주고 산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면 오히려 손해다”라고 억울해 했다.
결국 머지플러스 대표 남매가 구속되면서 갑작스럽게 출현한 머지코인과 함께 머지플러스 운영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권씨 남매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환불 계획과 사과 의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엄벌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피해자 B 씨는 “돈 한푼 돌려받지 못했다. 애초에 포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했던 가정에 큰 피해를 끼쳤다. 제대로 된 처벌이 있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