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실적도 부진…부당지원행위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롯데컬처웍스는 롯데그룹 계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롯데시네마’라는 멀티플렉스 극장 상영 및 운영, 영화투자, 배급 등의 사업을 한다. 주주 구성은 롯데쇼핑이 86.37%로 최대주주이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정성이 고문이 13.63%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국내 영화산업이 한류를 타고 해외로 뻗어나가자 2008년 롯데시네마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2010년 중국, 2016년 홍콩, 2018년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며 해외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에 힘입어 2018년 롯데쇼핑에서 물적분할했다. 이후 약 1년이라는 기간을 거쳐 롯데쇼핑으로부터 베트남 법인, 홍콩 법인, 인도네시아 법인 등 앞서 언급한 해외법인들을 550억 원에 인수했다. 롯데컬처웍스는 국내외 법인을 통해 신규 투자도 확대해 나갔다. 2019년까지만 해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2022년까지 동남아시아에 140개 영화관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외 상황이 모두 악화했다. 롯데컬처웍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6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7711억 원) 65.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60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7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660억 원) 20.2% 올랐지만 영업손실은 320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다.
회사 신용등급도 추락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2일 롯데컬처웍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저조한 영업실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손실 누적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컬처웍스 부채비율은 지난 9월 기준 1900%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274.3%에서 큰 폭으로 치솟았다. 또 자본총액 623억 원 중 400억 원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으로 구성돼 있어 실질적인 재무안정성도 지표에 비해 좋지 않다. 영구채는 만기상환일 없이 매년 일정한 금액의 이자를 영원히 지급하는 채권을 말한다.
롯데컬처웍스는 관람료를 인상하고 수익성이 낮은 상영관의 문을 닫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나갔다. 해외사업도 베트남을 제외하고 중국과 홍콩, 인도네시아에서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모회사인 롯데쇼핑이 직접 나섰다. 롯데컬처웍스가 롯데쇼핑에서 빌리는 500억 원의 차입기간은 올해 12월 20일부터 2022년 12월 20일까지며 만기일시 상환하기로 했다. 차입 규모는 자기자본대비 30.8%에 해당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컬처웍스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된 롯데컬처웍스의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개선시킴으로써 향후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장기적으로 롯데쇼핑의 기업가치도 올라가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이 추후 더 큰 타격을 막기 위해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는 의견이 있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악의 경우 롯데컬처웍스가 파산하면 모회사이자 롯데컬처웍스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에도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걸 (롯데쇼핑 측에서도) 인지한 것”이라며 “미래가치가 있어서 분사시켰는데 코로나19로 휘청거리고 있으니 롯데쇼핑 입장에서도 (자금 대여밖에)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쇼핑의 재무상황도 썩 좋지는 않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6조 7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7조 6220억 원) 8.8% 감소, 영업이익은 34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4279억 원) 19.1% 줄었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 66억 원, 영업이익 2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 73.9% 급감했다.
더욱이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마트는 지난 10월 직급 8년차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총 12개점이 폐점했다. H&B스토어 롭스는 지난해 말 점포 수 101개에서 올해 88개로 13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러한 몸집 줄이기로 롯데쇼핑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자금 대여가 큰 문제는 아닐 것이란 견해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이 1조 8000억 원인 걸 봐서는 500억 원 자금 대여가 무리해서 진행된 건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 롯데쇼핑은 자산 매각으로 현금성 자산이라는 실탄을 확보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지분 15%를 롯데물산에 전량 매각해 8312억 원 정도를 마련했다. 또 지난해 11월 부동산 투자회사인 롯데리츠에 백화점과 마트 점포 등의 자산을 매각하면서 73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일부에서는 롯데쇼핑이 앞으로 신사업 투자를 고려한다면 롯데컬처웍스의 500억 원 자금 대여가 께름칙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롯데쇼핑이 경쟁업체인 신세계, GS리테일 등처럼 신사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면 자회사를 지원할 만한 상황인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자금 대여가 자칫 부당지원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당지원행위는 특수관계인 등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정거래법 23조 1항 7호에도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이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영구채(5.3%) 발행에 의지해온 롯데컬처웍스가 영업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추후 또 다시 신용등급 하향과 이에 따른 조달 금리 상승 가능성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모회사인 롯데쇼핑이 시장 정상금리보다 낮은 2.8%의 이율로 자기자본 대비 30%의 자금을 대여하는 건 자칫 부당지원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부당지원감시과 관계자는 "정상금리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지원 주체와 객체의 신용상태, 자금 지원 시기 등을 통해 부당지원행위 여부를 확인한다"며 "기업 간 자금 거래 과정에서 개별금리 산출시 공정거래 저해 우려가 있을 경우에도 종합적으로 부당지원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롯데쇼핑과 롯데컬처웍스의 자금 거래 전 롯데쇼핑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롯데컬처웍스가 낮은 이율로 자금 거래가 이뤄진 것을 두고 (부당지원행위가 아닐지) 불안해하는 주주들이 있을 것"이라며 "재무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을 할 때 주주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견제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