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사 ‘1g’ 표기에 경쟁사 “49.74g 함유”…위탁생산업체 “설탕 1g 아닌 5g 표기 실수”
12월 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당, 저칼로리로 유명한 S 사 잼에 설탕이 잔뜩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퍼졌다. 사실이라면 당뇨 환자 등 일부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족 사이에서 유명한 잼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거의 모든 식품에서 저칼로리, 저당 음식이 트렌드다. 콜라나 맥주 등 음료에서부터 케첩, 마요네즈 등 소스까지 무설탕으로 홍보하는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당 식품들은 대부분 스테비아나 알룰로스 등 대체 당을 넣어 만든다.
잼도 이런 트렌드에 맞게 저당, 저칼로리 제품 인기를 끌고 있다. 저당 잼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업계에서 압도적 판매량 1위로 평가받는 브랜드는 S 사다. 이 제품은 ‘당뇨 환자가 먹어도 괜찮은 제품’으로 홍보했다. 제품 문의 페이지에 ‘당뇨 환자가 먹어도 될까요?’란 질문에 S 사는 “대체 감미료는 몸에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가는 안전한 식재료입니다. 유럽, 미국 등에서 슈가프리 식품에 널리 이용되며 큰 부작용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 S 사 제품에 논란이 불붙은 건 2021년 12월부터다. 커뮤니티에는 타 업체가 S 사 유명 제품 성분분석을 의뢰한 성분검사표가 공개됐다. S 사 제품 표기에는 100g 기준 당류가 1g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성분검사표에는 100g 기준 당류가 49.74g이었다. 성분검사표가 사실이라면 무려 기준치의 50배 가까운 당이 검출된 것이다. 이는 대체 당을 전혀 쓰지 않고 오직 설탕으로 만든 잼에서 나올 만한 수치였다.
해당 성분검사를 검사기관에 의뢰한 곳은 A 업체였다. 일요신문과 만난 A 업체 관계자는 “다른 의도가 있던 건 아니다. 저칼로리 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기 업체 제품들을 살펴보고 특이한 경우는 검사를 의뢰해보고 있었다. 그러다 S 사 제품에 적힌 성분표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검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 사는 자사 잼에 ‘블루베리 65% 함유’라고 적었다. 그런데 만약 블루베리를 65% 넣었다면 과일 속 자체 당 때문에라도 100g당, 당 함유량이 1g이 될 수가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의뢰를 맡겼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A 업체는 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관련 내용을 취합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넣었다. 식약처는 S 사 본사가 있는 지역 위생과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해 보면, S 사가 표기한 당 수치보다 식약처 검사 결과에서 훨씬 많이 포함돼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식약처 검사에서 당이 얼마나 검출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려 50g에 가까운 당 성분 소식이 알려지면 S 사 판매 페이지는 환불 문의로 가득찼다. S 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출처를 알 수 없는 해당 검사지에 대해 S 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성분표를 인지한 즉시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를 비롯해 영양성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S 사가 판매하는 모든 영양성분은 식품분석기관에서 수행한 영양성분 검사결과를 토대로 표기된다’고 덧붙였다.
S 사는 논란이 커지자 잼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S 사가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곳은 D 사다. D 사는 S 사뿐만 아니라 국내 저당 잼 상당수 브랜드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S 사에서 문제가 터지자 D 사가 생산한 다른 브랜드도 일제히 판매 중지됐다.
D 사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11월 말 구청 위생과 등을 통해 민원이 접수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검사를 해봤는데 설탕이 1g이 아닌 4~5g쯤 나왔다”면서 “설탕 첨가 없이 알룰로스만으로 잼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블루베리 당만으로 100g당, 당 4g 정도 수치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루베리 함량이 65%일 경우 100g에 당 1g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수치 아니었냐는 질문에 D 사 관계자는 “그건 우리 측 실수가 맞다. 출시 전 테스트로 만들었던 잼 성분을 표기했었는데 너무 낮게 표기됐다”고 답변했다.
다만 D 사 관계자는 “그런데도 이번에 퍼진 검사 결과처럼 100g당, 당 50g은 말도 안 된다. 설탕으로 만들어도 그 정도 수치가 나오기 어렵다. 제품은 알룰로스를 써서 만드는데 20g 이상 당이 나온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악의적인 분석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분분석표를 두고 진실 공방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D 사 관계자는 “거의 모든 제품을 성분분석 맡겼다. 곧 결과가 나오면 투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대체 당인 알룰로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현재 저당 식품의 엄청난 인기로 원료로 쓰이는 알룰로스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체들은 국내산을 구할 수 없어 중국산 알룰로스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업계에서는 일부 중국산의 경우 순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실제로 알룰로스를 써서 잼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S 사의 대처를 두고 비난이 따르고 있다. S 사가 성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늦어도 위생과 통보가 있던 11월 말이다. 하지만 S 사는 판매 중지나 자체 조사 대신 역대급 할인 폭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등으로 재고 소진에 주력했다고 보인다. 구매한 사람들에 따르면 S 사 제품은 커뮤니티 글이 퍼지며 논란이 되기 직전 몇몇 제품은 재고 소진으로 이미 판매 중단된 상태였다고 한다.
일요신문은 S 사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S 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제품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될 경우 소비자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